[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규정상 어렵습니다’라는 답 대신 방법을 찾았다. 29년간 방치된 땅을 주민 품으로 돌려놓고, 여러 법률과 이해관계가 뒤엉킨 미나리 비닐하우스의 위생 사각지대에도 손을 댔다.
대구 달성군이 관행적인 행정의 경계를 넘어 주민 불편을 실제 해결한 공직자들을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뽑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한 아이디어나 행정 내부의 업무개선보다 수년간 해결되지 않았거나 여러 부서와 법률이 얽혀 손대기 쉽지 않았던 현장 문제를 해결한 공무원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달성군은 지난 2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2026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5명을 최종 선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각 부서에서 추천된 8건의 사례를 대상으로 사전 심사와 최종 심의를 거쳐 최우수 1명, 우수 2명, 장려 2명을 선정했다.
최우수에는 위생과 박가빈 주무관의 ‘미나리 클린 하우스(Clean House) 프로젝트’가 이름을 올렸다.
미나리 재배용 비닐하우스에서 이뤄지는 무신고 음식점 영업 등 식품위생 사각지대를 정비한 사업이다.
겉으로 보면 단속하면 끝날 것 같은 일이지만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식품위생법뿐 아니라 농지법과 개발제한구역법까지 여러 법률이 맞물려 있었고 농가와 외식업계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었다.
한 부서만 움직여서는 풀기 어려운 구조였다.
박 주무관은 위생과와 농업정책과, 도시정책과를 연결했다. 관련 부서들이 현장을 함께 살피고 지속적인 설명과 합동점검을 이어가면서 자진 시정과 원상복구를 이끌어냈다.
‘단속할 것인가, 방치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법질서를 지키면서도 농가와 외식업계가 함께 갈 수 있는 접점을 찾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부서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면서 미나리 소비촉진과 판로 확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했다.
우수사례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숫자는 ‘29년’이다.
기획예산과 양민규 주무관은 무려 29년 동안 방치됐던 화원 설화지역 LH 부지를 매입하는 데 기여해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토지 문제를 행정이 다시 꺼내 들고 해결점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적극행정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교육정책과 김유정 주무관은 지역의 교육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달성 Edu-Map’을 제작·발간해 우수공무원에 선정됐다.
흩어져 있던 교육 관련 정보를 주민 입장에서 다시 묶어 정보 접근성을 높인 생활밀착형 행정이라는 평가다.
장려 사례 역시 ‘안 되는 이유’보다 ‘가능한 방법’을 찾은 행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종합민원과 이지민 팀장은 여러 단계로 이어지던 인·허가 절차를 줄이는 ‘원스톱 민원서비스’를 추진해 민원인의 시간과 불편을 줄였다.
교통지도과 박철민 주무관은 각종 규제로 설치가 쉽지 않았던 하천구역 내 승강장 신설 문제를 풀어냈다.
이번에 선정된 5건의 사례는 분야도 다르고 해결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규정과 관행을 주민에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로 사용하지 않고, 규정 안에서 가능한 해법을 찾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는 것이다.
적극행정의 본질 역시 여기에 있다.
법과 원칙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행정 편의가 아닌 주민의 입장에서 가능한 길을 끝까지 찾는 것이다.
달성군은 2021년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제도를 도입한 이후 선발 인원을 확대하고 포상금과 포상휴가를 늘리는 등 공직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번 우수사례도 전국 시·군·구와 공유할 계획이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관행을 깨고 군민의 눈높이에서 창의적 해법을 찾은 직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며 “앞으로도 공직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