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가성비만 내세우던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가 독자적인 팬덤을 갖춘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제조사 브랜드(NB) 그늘에 가려진 저가 대체재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품질과 차별성을 앞세워 소비자를 불러 모으는 핵심 경쟁력으로 거듭났다. '얼마나 싸게 파느냐'에 집중하던 유통가 PB전략이 '어떤 상품으로 고객을 다시 찾아오게 만드느냐'로 체질을 개선하는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초저가 PB '5K프라이스'는 출시 이후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400여종 상품을 누적 4000만개이상 팔아치웠다.
일부 품목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해당분야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5K프라이스 맛있는 두부'와 '5K프라이스 맛있는 콩나물'은 각각 누적 300만개 넘게 팔렸다. '5K프라이스 내츄럴미네랄워터와 '5K프라이스 3컵 우유' 역시 판매량 250만개, 170만개를 기록했다.
5K프라이스 경쟁력은 단순히 마진을 낮추는 방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물량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국내외 경쟁력 있는 제조사를 발굴해 원가를 낮춘 덕분이다. 대규모 매입으로 가격을 낮추면서도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판매가와 품질을 동시에 설계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롯데마트 '오늘좋은'도 비슷한 흐름으로 PB 입지를 키우고 있다. 두부와 콩나물은 출시 이후 지난 6월까지 각각 240만개씩 팔리며 카테고리 판매량 상위권에 올랐다. 마트와 슈퍼를 아우른 통합 매입으로 물량을 키운 뒤 목표 판매가를 먼저 정하고 상품사양과 제조사, 자체마진을 맞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롯데마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도입해 상품기획과 물류효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단순히 저가공급을 넘어 데이터와 물류역량을 PB상품 개발 및 운영에 접목하려는 시도다.

편의점업계 역시 PB를 핵심무기로 삼았다. 국내 주요 편의점 전체 매출 가운데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에 달한다. GS25는 '유어스'와 '리얼프라이스'를 중심으로 1000여종 PB상품을 운영중이며 CU는 마스터 PB '피빅(PBICK)'을 스낵과 가정간편식, 육가공품, 음료, 화장지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편의점 PB는 '오직 여기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이 강점이다. 특정 편의점 전용 간편식이나 디저트, 스낵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상품자체가 매장방문 이유가 되는 사례도 늘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선택받던 PB가 맛과 품질, 독창성을 앞세워 NB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판을 흔드는 셈이다.
유통기업들이 PB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품기획부터 판매까지 직접 관여할 수 있어 가격과 품질을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기 쉽고 기업이 확보한 매입·물류 경쟁력을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PB가 NB를 대신해 '조금 더 싼 상품'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했다면 이제는 PB 자체가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가격을 보고 한 번 구매한 소비자가 품질과 상품성을 경험한 뒤 반복 구매하면서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 경쟁은 단순한 초저가 경쟁에서 상품 경쟁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라며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가 이 상품을 사러 이 점포에 간다고 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