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피어난 위로의 빛…이문희 작가 여섯 번째 개인전

흙에서 피어난 위로의 빛…이문희 작가 여섯 번째 개인전

‘흙, 대지를 비추는 작은 불빛’ 주제…도판·캔버스 회화 35점 선보여
9월 여주 빈집예술공간 이어 서울 학고재 아트센터서 전시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이문희 작가가 흙과 빛, 인간의 손을 통해 삶과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 작가의 개인전 ‘흙, 대지를 비추는 작은 불빛’이 오는 9월 2일부터 18일까지 경기도 여주 빈집예술공간에서 열린다. 여주 전시를 마친 뒤에는 내달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학고재 아트센터로 자리를 옮겨 관람객을 만난다.

이번 전시는 여주 세종문화관광재단 전문예술창작 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전시장에는 총 35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흙을 구워 만든 도판을 기반으로 한 회화 20여 점과 캔버스 회화 15점 등 서로 다른 재료와 질감으로 완성된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호흡한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거친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이 세상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대하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전시 제목인 ‘흙, 대지를 비추는 작은 불빛’ 역시 단순히 자연의 풍경을 지칭하지 않는다. 작가는 흙과 대지, 빛을 생명과 존재, 위로와 소망을 담아내는 상징적 언어로 확장한다.

대지를비추는 작은 불빛-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65x91cm, 2026) [사진=이문희 작가]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작품의 메시지를 이미지에만 담지 않고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와 제작 과정까지 연결했다는 점이다.

전체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흙을 구워 만든 도판 위에 도자기 안료로 표현한 뒤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다시 구워 완성했다.

매끄럽게 가공된 화면 대신 흙 자체가 지닌 거칠고 불규칙한 표면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작품의 바탕 자체를 하나의 표현 요소로 끌어들였다.

작가에게 흙은 단순한 미술 재료를 넘어 생명을 품고 다시 생명을 일으키는 대지의 상징이다. 흙을 직접 만지고 굽고, 그 위에 이미지를 더하는 일련의 과정은 생명의 생성과 소생을 은유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빛’ 역시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핵심 언어다.

작가는 대지를 비추는 불빛을 신에 대한 은유로 바라보고, 그 빛에 기대 살아가는 생명들의 존재와 갈망을 화면에 옮겼다. 어둠을 몰아내는 강렬한 빛이라기보다는 삶 가까이에서 존재를 비추고 지탱하는 ‘작은 불빛’에 주목한다.

흙과 도판이 생명의 근원과 시간을 상징한다면 캔버스 작품에서는 인간의 삶과 감정이 보다 직접적인 조형언어로 나타난다.

품고 기르다-도판위에 세라믹 물감(32.5x29cm, 2026) [사진=이문희 작가]

이 작가는 캔버스에 아크릴물감과 한지 등 서로 다른 재료를 함께 사용해 의도적으로 거친 표면과 여러 겹의 흔적을 만들어냈다.

겹겹이 쌓인 화면은 시간이 축적된 삶의 표면과 닮아 있다. 그 위에 표현된 소망 역시 화려하거나 거창한 욕망보다는 누구나 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바람에 가깝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소박한 희망을 작가는 투박한 질감과 색채로 풀어낸다.

전시 작품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손’의 형상도 눈길을 끈다.

작품 속 손은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품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내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서로를 붙잡거나 위로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손의 형상은 혼자 서 있는 인간보다 서로에게 기대고 손을 내밀며 살아가는 관계를 상징한다. 작가가 던진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세상의 연대’라는 질문 역시 이 지점에서 구체적인 이미지와 만난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 흙과 빛, 손은 각각 분리된 소재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생명을 품는 ‘흙’, 존재를 비추는 ‘빛’, 서로를 붙잡는 ‘손’을 통해 인간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관계를 맺는지를 탐색한다.

이 작가는 그동안 형상과 색채, 화면의 표면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감정과 상상,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내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작은 위로의 파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자신도 그 파장 안으로 들어간다.

관찰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기대고 다른 존재와 손을 맞잡은 한 사람으로서 경험한 감정을 은유와 상징으로 화면에 옮긴 셈이다.

이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접촉에서 시작되는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작가는 “붉은빛 노을 지는 하늘에 손 내밀면 내 손도 저렇게 물들어갈까. 거칠고 메마른 땅 흙 위로 단단히 선 여린 꽃들에 내 손이 닿으면 그 꽃향기가 전해올까”라고 질문한다.

이어 오랜 세월을 견딘 나무의 옹두리에 손을 대며 그 안에 축적된 아픔과 위로를 느낄 수 있을지를 자문한다.

이 같은 질문은 이번 전시가 자연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에 손을 내밀고 그 안에서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발견하려는 작업임을 보여준다.

화려한 이미지보다 흙의 거친 표면을 택하고, 거대한 빛보다 대지를 비추는 작은 불빛을 바라보며, 홀로 선 존재보다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모습을 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문희의 화면에서 흙은 삶의 시작이 되고 작은 불빛은 살아갈 이유를 비추며, 맞잡은 손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흙, 대지를 비추는 작은 불빛’은 내달 2일부터 18일까지 여주 빈집예술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내달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여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