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 주가가 하락할수록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에 놓이면서 고려아연 일반주주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에 따라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관련 옵션의 평가손익이 주가 변동에 따라 영풍의 순이익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주가가 오르면 옵션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평가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28일 회계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풍 연결재무제표에는 MBK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에 따른 고려아연 주식 관련 옵션에서 약 4521억원의 평가이익이 반영됐다.
해당 콜옵션과 풋옵션은 회계상 파생금융상품으로 분류돼 매 분기 말 공정가치로 재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평가손익이 영풍의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 구조다.
올해 2분기 영풍의 실적은 이 같은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3월 말 142만2000원에서 6월 말 108만원으로 약 2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풍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약 15억원에 그쳤지만 당기순이익은 3862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영업이익의 약 257배에 달한 셈이다.
앞서 1분기에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해 말 131만6000원에서 3월 말 142만2000원으로 약 8% 상승했고 영풍은 고려아연 관련 옵션에서 1300억원대 평가손실을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풍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약 208억원에 그쳤다.
최근 분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6개 분기 동안 고려아연 주가가 오르면 영풍의 옵션 평가손실이 커지고, 주가가 내리면 평가이익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4분기 영풍은 고려아연 관련 옵션에서 600억원대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고려아연 주가가 분기 초 100만6000원에서 기말 77만8000원으로 22.7% 하락하면서 3200억원이 넘는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반대로 지난해 2~4분기에는 고려아연 주가가 각각 4만1000원, 10만2000원, 39만5000원 상승하는 동안 영풍이 600억원대, 1400억원대, 5500억원대의 옵션 평가손실을 각각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옵션 평가손익은 실제 현금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거래가 아니라 회계상 공정가치 평가에 따른 손익이다. 평가이익이 발생했다고 해서 영풍에 해당 규모의 현금이 실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회계상 손익 구조가 양측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고려아연 일반주주들은 기업가치와 주가 상승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영풍이 MBK와 맺은 옵션 계약의 구조상 고려아연 주가가 하락하면 영풍의 연결 기준 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영풍이 고려아연 주가 하락 자체를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주가 상승이 항상 영풍의 회계상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주식 보유 구조와 달리, 이번 옵션 계약에서는 반대 방향의 평가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주주와 이해관계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풍과 MBK의 경영협력계약은 지난해 공개매수를 앞두고 체결됐다. 계약에 따라 MBK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일정 조건에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영풍과 특수관계인 측에는 일정 조건에서 MBK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부여됐다.
영풍은 지난해 3월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 전량을 신규법인 유한회사 와이피씨(YPC)에 현물출자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협력계약과 관련한 옵션도 YPC로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고려아연 주가에 대한 이해관계가 영풍과 고려아연 일반주주 사이에서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회계상 평가손익이라는 특성상 실제 현금흐름과는 별개지만,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가와 순이익의 방향이 반복적으로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