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포스코가 1조6000억원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철강 생산의 비용 구조도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기존 고로가 철광석과 원료탄을 중심으로 쇳물을 생산했다면,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고 이후 전기를 활용해 쇳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넘어 앞으로는 대규모 수소와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를 실증하기 위한 연산 30만톤 규모의 실증플랜트 착공에 들어갔다. 관련 총 투자계획은 1조6108억원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4061억원을 집행했고 향후 1조2047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HyREX는 분철광석을 수소로 직접환원해 직접환원철(DRI)을 만든 뒤 전기용융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기존 고로가 철광석을 원료탄에서 만들어진 일산화탄소 등을 이용해 환원하는 방식이라면 HyREX는 이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한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신 철강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구성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다만 경제성은 아직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포스코는 현재 HyREX가 기술개발 단계에 있어 상용화 이후 목표 원가나 주요 비용 변수를 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투입되는 원료와 에너지 규모 등이 정해져야 구체적인 비용 구조를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전기로와 HyREX 상용화를 통해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기준연도 대비 50%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HyREX의 경제성은 아직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기 어려운 단계다. 포스코는 현재 HyREX가 기술개발과 실증 단계에 있어 상용화 이후의 목표 원가나 구체적인 비용 구조를 산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정에서 투입되는 원료와 에너지의 규모 등이 구체화돼야 비용 구조도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성 문제가 뒤로 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HyREX가 실증 단계로 들어서면서 철강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상용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고로 중심의 철강 생산에서는 철광석과 원료탄이 핵심 원료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의 제선원료 매입액은 7조9119억원으로 전체 원재료 매입액의 69.8%를 차지했다.
HyREX로 생산체계가 전환될 경우 비용 구조의 중심도 달라질 전망이다. 철광석을 환원하는 데 사용되는 원료탄의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대규모 수소와 전력 확보가 중요해진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단순히 수소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소를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수소로 환원한 직접환원철을 최종적으로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전기용융로를 사용한다.
결국 수소환원제철의 경쟁력은 수소 가격뿐 아니라 전력 확보 문제와도 직결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결과적으로는 석탄이냐 전력이냐의 문제가 된 것"이라며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도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수소와 전력 가격이 경제성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HyREX 상용화를 위해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수소와 무탄소 전력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수소환원제철이 기술 개발만으로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증플랜트에서 철광석을 수소로 환원하는 기술을 검증하는 것과 별개로 상용화 단계에서는 대규모 생산에 필요한 수소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만을 별도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저탄소 철강 생산체계 전반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준공했고, 포항에서는 HyREX 실증플랜트를 통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로와 HyREX는 모두 기존 고로 중심의 철강 생산에서 벗어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핵심 설비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결국 저탄소 철강 생산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력 인프라 확보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될수록 철강사의 기술력뿐 아니라 전력망과 무탄소 전력 공급 능력, 청정수소 공급망이 함께 경쟁력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1조6108억원을 투입해 HyREX 실증에 나선 것도 이런 전환 과정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수소환원제철의 핵심 질문이 '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였다면, 실증 단계에 들어선 앞으로는 이를 실제 생산체계로 옮기기 위한 수소와 전력 인프라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민 교수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인프라 부담을 기업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며 "정부와 수요기업, 생산업체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