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자료 뭐길래…MBK·영풍 잇달아 '발끈'

고려아연 주총 자료 뭐길래…MBK·영풍 잇달아 '발끈'

허위·왜곡 주장하며 법적대응 등 반발…"주총과 무관한 사안"
고려아연 "자료상 내용 경영 역량과 거버넌스에 밀접"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다음달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공개한 안건설명자료가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며 일부 내용의 삭제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고려아연은 경영 역량과 거버넌스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핵심 판단 기준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인 근거부터 공개하라고 맞섰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연합뉴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일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 안건설명자료 가운데 일부 내용이 허위로 작성되거나 왜곡됐다며 즉각 삭제를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잇달아 냈다.

자료에 언급된 MBK의 포트폴리오 기업들도 고려아연에 공문을 보내 해당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고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 역시 21일 비슷한 취지의 보도자료를 내고 민·형사상 대응 방침을 밝혔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임시주총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일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선택적으로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료에 담긴 비판 상당수가 이번 임시주총 안건과 무관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측의 충돌이 거세지면서 고려아연의 안건설명자료에 담긴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는 MBK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 및 내부통제 문제와 영풍의 환경·안전 관련 제재 사례 등이 담겼다.

자료는 우선 MBK가 홈플러스의 실적 악화에도 경영 정상화보다 인수금융 상환을 위한 자산 매각과 단기 자금 조달에 집중해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 훼손 우려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사전 통보와 검찰 수사,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증 혐의 고발 등 형사·제재 리스크가 잇따라 확대됐다는 점도 짚었다. 이를 MBK의 구조적 거버넌스 리스크가 드러난 사례로 제시했다.

국내 대형 카드사 L사와 관련해서는 직원 2명이 협력업체와 공모해 부실 계약을 체결하고 총 105억원의 회사 자금을 지급한 사건을 내부통제 실패 사례로 들었다. 297만명 규모의 신용정보 유출 사고도 함께 거론하며 지배주주로서 MBK의 관리·감독 역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수익성 악화 속에서 비용 효율화와 대규모 인력·조직 개편을 추진해 장기 경쟁력 훼손 우려가 제기된 국내 의료기기 기업, 10년 장기투자를 약속했지만 5년 만에 매각한 국내 보험사, 인수 비용 전액을 부채로 조달한 뒤 재정 안정성이 악화한 국내 케이블TV 기업 등의 사례도 포함됐다. 고려아연은 이를 MBK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주주가치를 훼손한 사례로 제시했다.

영풍에 대해서는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이력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 대표와 제련소장이 구속기소된 사실 등이 담겼다. 석포제련소가 여러 차례 처분에도 환경법 위반을 반복해 조업정지 위험이 상시화됐고, 이것이 주주가치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게 자료의 요지다.

수년간 사고가 이어지면서 사내이사 2명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등 기업가치 훼손을 초래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측은 "안건설명자료는 당국의 절차와 보도자료, 공시 및 언론 보도 등 공신력과 신뢰도를 갖춘 자료를 근거로 작성됐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과 신용등급 하락, MBK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 MBK 경영진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검찰 수사 역시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MBK가 인수했거나 주요 주주로 있는 포트폴리오 기업과 관련한 내용 역시 마찬가지"라며 "공개된 사실과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주주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근거 없이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이를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제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영풍과 관련해서도 "설명자료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을 둘러싼 논란과 당국의 제재, 영풍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중징계 조치 등 당국의 공개자료와 언론 보도, 영풍이 직접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자료에 일부 평가성 표현이 포함돼 있어 이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자료에 언급된 사안 자체는 임시주총에서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판단 근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해당 내용이 임시주총과 무관하다는 MBK·영풍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독립이사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향후 회사 경영을 감시·감독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 측의 과거 경영 및 관리·감독 실적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영풍은 일부 표현이나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자료 자체의 삭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오스템임플란트, 석포제련소 제재 관련 사례는 MBK와 영풍의 경영 및 거버넌스 관리 역량을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경영 성과와 MBK·영풍 측의 과거 경영·관리 이력 등을 함께 비교해 의결권 행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주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