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민선9기 손훈모 순천시정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취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손 시장이 지역 현장을 넘어 국회와 중앙정부를 직접 찾아 순천의 현안을 설명하고 국비와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하면서 순천시 행정스타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시장이 직접 움직인다는 점이다.
과거 지방행정이 중앙정부의 정책과 예산 방향이 결정된 뒤 지역사업을 끼워 넣는 방식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면, 손훈모 시장은 사업 초기부터 중앙정부와 국회를 직접 찾아가 순천에 필요한 사업을 설명하고 국가정책에 선제적으로 반영시키는 ‘세일즈형 행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취임 두 달도 안 돼 국회로…“순천 미래라면 어디든 간다”
손 시장은 지난 26일 국회를 직접 방문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의동 위원장과 장경태 의원을 만나 순천의 주요 현안을 설명했다.
손 시장이 국회에 들고 간 것은 단순한 지역 민원 몇 가지가 아니었다.
▲2027년도 국비 2,562억 원 확보 ▲2차 공공기관 순천 이전 ▲국도2호선 대체우회도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교통대책 ▲경전선 순천 도심구간 지하화 및 조속한 사업추진 ▲미래 첨단소재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 순천의 향후 수십 년을 좌우할 굵직한 현안들이다.
손 시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며 국가계획 반영과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취임 당시 손 시장이 강조했던 ‘현장 중심 행정’이 시민과 만나는 지역 현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대외행정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찾아오는 시장’ 넘어 ‘찾아가는 시장’으로
민선9기 순천시정에서 나타나는 차별점 가운데 하나는 ‘기다리는 행정에서 찾아가는 행정으로의 전환’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무리 좋은 사업을 구상하더라도 대규모 도로·철도·국가산단·공공기관 이전은 지방정부의 힘만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결국 중앙정부의 국가계획에 들어가야 하고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의 문턱을 넘어야 하며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지역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손 시장이 직접 중앙무대로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천에서 보고받고 결재하는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순천시 영업사원 1호’가 되어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행정스타일이다.
시장실에서 중앙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사업을 들고 중앙부처와 국회를 찾아가고, 지역의 논리를 국가적 필요성으로 만들어 예산과 정책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국비 확보 넘어 ‘국가계획 선점’ 노린다
손 시장의 행보를 단순히 국비 확보 활동으로만 보면 민선9기 순천시정의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핵심은 국비와 함께 국가계획을 선점하는 것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맞물려 있고, 미래 첨단소재 국가산단은 국가 산업정책과 연결된다.
경전선과 국도2호선은 국가 교통망 정책의 영역이며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교통대책 역시 순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남 동부권 산업·물류 경쟁력과 직결된다.
즉 순천의 현안을 단순한 ‘지역 숙원사업’으로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첨단산업·광역교통·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정부 정책의 틀 속에 순천을 집어넣는 전략이다.
이 부분에서 손훈모 시정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생태·정원 넘어 산업도시로…시정의 무게중심도 변화
민선9기 들어 순천시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산업정책이다.
순천은 그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정원도시로 도시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손 시장은 이러한 자산을 계승하면서도 여기에 머물러서는 순천의 미래 먹거리를 충분히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술·인재·기업이 모여드는 미래경제도시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출범한 미래신산업 혁신성장위원회도 같은 맥락이다.
방위산업과 지역 주력산업, 콘텐츠·AI, 미래농산업, 대외협력 분야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신산업 발굴과 정부 R&D 공모, 투자유치를 실무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지역 기업과 연구기관을 연결해 항공엔진 부품 등 첨단제조 분야의 기술개발도 시작했다.
결국 산업정책을 만들고 → 기업을 유치하고 → 산업용지를 확보하고 → 도로·철도를 연결하고 → 이를 뒷받침할 국가예산을 중앙정부에서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선9기의 차별화, 결국 ‘성과’로 증명해야
손훈모 시장의 이러한 행보는 이전 시정과의 단순한 정치적 차별화보다 행정 방식의 차별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임 시정이 구축해 놓은 생태·정원·관광도시라는 순천의 자산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산업과 기업, 교통과 국가정책까지 시정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이 직접 기업과 중앙부처, 국회를 찾아가는 방식은 민선9기가 강조하는 ‘현장행정’의 범위를 지역 내부에서 중앙무대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시장이 얼마나 많이 서울을 방문했느냐 자체가 성과가 될 수는 없다.
2,562억 원의 국비가 실제 정부예산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2차 공공기관을 순천에 얼마나 유치하는지, 미래 첨단소재 국가산단이 실제 국가계획에 포함되는지, 경전선과 국도2호선 사업이 얼마나 빨리 현실화되는지가 결국 손훈모식 세일즈 행정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손 시장도 “순천의 미래가 걸린 현안이라면 어디든 직접 찾아가 설명하고 필요한 지원을 반드시 끌어내겠다”며 “순천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때까지 뛰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초기부터 시장실보다 현장, 지역에 머무르기보다 중앙정부와 국회를 향해 보폭을 넓히고 있는 손훈모 시장.
민선9기 순천시정이 ‘관리하는 행정’을 넘어 ‘사업을 만들고 예산을 찾아오는 행정’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