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한길 걸어온 순천 미술인들…‘누리무리’ 40번째 예술의 문 연다

42년 한길 걸어온 순천 미술인들…‘누리무리’ 40번째 예술의 문 연다

984년 순천서 창립, 제40회 기념 특별전…9월 4~12일 기억공장1945
‘불혹(不惑)’ 화두로 회화·문인화·판화·설치 등 40여 점 선보여
순천 넘어 수도권·미국·독일까지…지역에서 시작한 예술 연대 42년의 기록

[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순천에서 시작한 예술인들의 인연이 42년이라는 긴 세월을 넘어 마흔 번째 전시로 시민들을 만난다.

1984년 순천에서 창립된 순수 미술단체 ‘누리무리’​가 오는 9월 4일부터 12일까지 순천시 장천2길 30-32 ‘기억공장1945’에서 ‘창립 42주년-누리무리 제40회 기념 특별전’​을 개최한다. 개막 행사는 9월 4일 오후 5시 30분 열린다.

누리무리 제40회 기념 특별전 [사진=순천문화재단]

이번 전시는 단순한 정기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 지역에서 출발한 미술단체가 40여 년 동안 창작과 교류를 이어오며 40번째 전시를 열게 됐다는 점에서 순천 지역미술이 축적해 온 시간과 저력을 보여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42년 전 순천에서 시작

누리무리는 1984년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자’는 창립 이념으로 순천에서 출발했다.

단체 이름에는 세상과 함께하는 ‘온 누리의 무리들’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단순한 미술인들의 친목모임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예술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며 정기전을 지속해 왔다.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를 스스로에 대한 책임이자 시민들과의 약속으로 여기며 창작의 끈을 이어왔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이 42년, 전시는 어느덧 40회를 맞았다.

현재 20여 명의 회원들이 순천을 비롯해 수도권은 물론 미국과 독일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향 순천에 뿌리를 두면서도 활동무대를 국내외로 확장해 온 것이다.

마흔 번째 전시의 화두 ‘불혹’

이번 특별전의 핵심 화두는 ‘불혹(不惑)’​이다.

마흔 번째 전시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걸어온 시간을 증명하는 동시에, 이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예술적 신념으로 또 다른 출발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 작품에는 획일적인 주제를 부여하지 않았다. 작가 각자의 자유로운 시선과 창작의 자율성을 존중해 동양화·서양화 등 회화를 비롯해 문인화, 판화,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오랜 시간 매너리즘을 경계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탐구해 온 작가들의 서로 다른 미의식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이번 전시 자체가 누리무리의 지난 42년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이 될 전망이다.

‘과거를 기념하는 전시’에서 ‘새로운 40년의 출발’로

특히 이번 전시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회고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40여 년 동안 회원들이 만들어 온 작품과 활동의 성과를 고향 시민들과 나누는 ‘예술 활동보고회’​인 동시에 앞으로 누리무리가 걸어갈 새로운 시간을 선언하는 자리다.

서로 다른 세대와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각기 다른 경험과 표현방식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면서 예술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시민들과 공유한다.

순천에서 시작한 예술의 인연,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이번 특별전은 순천문화재단의 ‘2026 창작예술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지원을 받아 마련됐다.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시민들과 공유함으로써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한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1984년 순천에서 출발한 예술단체가 2026년까지 명맥을 이어왔다는 사실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의 문화적 경쟁력은 대규모 문화시설이나 일회성 행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오랜 시간 창작을 이어가고, 작품을 시민들과 나누며, 다음 세대의 예술인들에게 그 역사를 연결할 때 비로소 도시만의 문화적 자산이 형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누리무리의 42년은 한 미술단체만의 시간이 아니라 순천 지역미술이 함께 축적해 온 시간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누리무리 관계자는 “지난 40여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서로 다른 시선과 표현을 한자리에 모아 예술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보여주고, 지역 문화예술의 현재와 가능성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전했다.

마흔은 흔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의 ‘불혹’이라 부른다.

42년의 시간을 걸어 마흔 번째 전시를 맞은 누리무리 역시 이제 과거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순천에서 시작해 국내외로 뻗어나간 예술인들이 다시 고향에서 펼쳐 보이는 40번째 작품전. 이번 특별전은 누리무리의 지난 42년을 기록하는 자리이자, 순천 지역미술의 다음 시간을 여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