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따라 떠나지 않는다…부산서 ‘원격근무’ 새 모델 실험

일자리 따라 떠나지 않는다…부산서 ‘원격근무’ 새 모델 실험

수도권·해외 기업 일감과 지역 인재 연결
개발·디자인·AI 분야서 정착 가능성 확인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인력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수도권과 해외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지역 일자리 정책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처음 도입한 원격근무 지원사업을 통해 거주와 일자리의 공간적 제약을 줄이는 방식이 실제 업무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부산시는 ‘부산 정주형 원격근무 지원사업’을 시범 운영한 결과 부산 거주 인력과 지역 밖 기업을 연결해 개발·디자인·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기업이 있는 지역으로 인력이 이동하는 기존 일자리 방식과 달리 부산에 거주하면서 외부 기업의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산 정주형 원격근무 지원사업’ 프로세스. [사진=부산광역시]

사업 과정에서는 부산으로 이주한 디자이너가 지역에 머물며 외부 기업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례가 나왔다. 해외 근무 경험을 가진 인력이 부산에 정착한 뒤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스타트업과 외국계 기업의 업무를 맡은 경우도 있었다.

개발 분야에서는 부산에서 개발사를 운영하는 참여자가 수도권 기업의 홈페이지와 커뮤니티, 자사몰 개발을 비롯해 AI 기술 적용과 아키텍처 설계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혔다.

청년층의 참여도 이어졌다. 수도권 대학에 재학하면서 부산에 거주한 청년이 서울 소재 기업의 기획 및 AI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역에 머물면서 외부 일자리를 경험했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기존 경제활동을 중단했던 전문인력이 원격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경력을 이어간 사례도 확인됐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으로 일자리 참여가 어려웠던 인력에게 원격근무가 새로운 경력 유지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부산시는 이번 사업이 지역 일자리의 개념을 지역기업 중심에서 외부 기업의 수요까지 확장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 안에서 기업을 찾는 것뿐 아니라 부산의 인재가 다른 지역 기업과 연결될 경우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일자리와 경력개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안정적인 정착형 일자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회성 프로젝트를 넘어 지속적인 업무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시는 지난 21일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2026 부산 정주형 원격근무 사업 성과공유회·간담회’를 열고 참여자와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프로젝트 건수를 늘리는 것보다 참여자의 전문성과 경력에 맞는 양질의 일감을 꾸준히 확보하고, 단기 프로젝트가 후속 계약이나 장기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격 프로젝트 경험이 실제 취업이나 경력개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의 채용과 장기계약을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산시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외부 기업 프로젝트 발굴을 확대하고 인력과 업무 간 매칭 방식을 고도화하는 한편 후속 프로젝트 확보 등 사업의 지속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은 부산시가 고용노동부 주관 ‘2025년 전국 지방정부 일자리대상’에서 광역대상을 수상하며 확보한 인센티브 1억3000만원을 활용해 추진됐다.

부산광역시 관계자는 “주소지는 부산에 두면서도 전국의 기업과 연결될 수 있는 원격근무 모델을 발전시켜 정주와 일자리를 함께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