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 땅 충남 찾아달라”…박수현 지사, 레오 14세 교황에 직접 요청

“순교자의 땅 충남 찾아달라”…박수현 지사, 레오 14세 교황에 직접 요청

세계청년대회 앞두고 바티칸서 대화…해미 등 천주교 유산 세계화 구상 설명

[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레오 14세 교황을 직접 만나 내년 세계청년대회 기간 충남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충남에 흩어진 27개 천주교 순교성지를 하나의 순례길로 연결해 세계인이 찾는 ‘동양의 산티아고길’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교황에게 설명했다. 교황 방문이 성사될 경우 충남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교황이 찾는 지역이 된다.

박 지사는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교황 일반알현에 참석해 레오 14세 교황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은 유흥식 추기경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박 지사는 교황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충남이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갖는 상징성과 내년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한 충남 방문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수현 지사가 교황 일반알현 뒤 유흥식 추기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충남도]

박 지사는 일반알현 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교황께 우리 충남이 ‘순교자의 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며 “충남에는 27개의 순교 성지가 있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도 충남을 방문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순교자의 땅 충남을 찾아주신다면 두 명의 교황이 연이어 방문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며 “세계 청년들과 함께 공동체 정신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생각하는 데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박 지사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 같은 요청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 지사는 “그 표정을 보며 교황께서 충남이 수많은 무명 순교자의 땅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황 방문 요청과 함께 충남 천주교 유산을 세계적인 순례 관광자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박 지사는 충남 곳곳의 천주교 순교지와 종교·역사 자원을 연결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견줄 만한 장거리 순례 코스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충남에는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불교·원불교·동학 등 수많은 선조들의 종교와 사상, 역사가 남아 있다”며 “이러한 유산을 제대로 살려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임이자 민선 9기 충남도정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산티아고길에는 특정 종교를 넘어 세계인이 찾고 있다”며 “충남의 수많은 천주교 순교지를 서로 연결한다면 ‘동양의 산티아고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 구상을 교황께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충남도도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도내 순교성지를 연계하는 순례길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박 지사는 종교 유산을 단순한 기념 공간이 아닌 국제적인 관광자원으로 확장하는 것이 지역 발전에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교황의 충남 방문이 성사된다면 해미국제성지를 비롯한 도내 천주교 문화유산의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내년 세계청년대회와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만큼 세계 청년들에게 충남을 알릴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게 충남도의 설명이다.

박 지사는 “해미국제성지를 중심으로 7건, 225억원 규모의 사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며 “두 국제행사를 계기로 세계 청년들에게 대한민국과 충남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청년대회 충남 행사에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메시지도 담겠다는 구상이다.

박 지사는 “과거 국가의 힘으로 한 개인의 생명을 무참하게 빼앗았던 역사를 되돌아보며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존중하고 회복할 것인지라는 무겁지만 가치 있는 질문을 세계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밝혔다.

교황 일반알현을 마친 뒤 박 지사는 교황청 성직자부 회의실에서 유흥식 추기경과 별도로 만나 레오 14세 교황에게 전달할 서한도 맡겼다. 유 추기경은 가까운 시일 안에 열리는 회의 등을 통해 서한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지사는 이 자리에서 세계청년대회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같은 기간 충청권에서 열리는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와의 연계 방안도 제안했다.

특히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는 해외 청년들이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경기를 관람하거나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연계 프로그램 마련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교황과 세계 각국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아시아 개최는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 이후 두 번째다.

본대회는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리며 이에 앞서 각 교구에서는 별도의 지역 행사가 진행된다. 충남도는 도내 교구 행사 등을 통해 5만명 안팎의 해외 청년이 충남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기간 충청권에서는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가 열린다. 이에 따라 두 행사가 맞물릴 경우 충남을 찾는 외국 청년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충남의 핵심 거점은 서산 해미국제성지다. 이곳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이 순교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교황청이 국제성지로 승인한 국내 대표적인 천주교 순례지다.

충남도는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해미국제성지 주변 순례·문화교류 기반도 확충하고 있다. 디지털역사체험관과 해미국제성지~간월암 가로수길, 순례길 종점 구간, 야간 순례길 경관 조성 등을 마쳤고 해미 순례방문자센터·여사울성지 복합문화센터·문화교류센터 조성도 추진 중이다.

도는 대전교구·도내 시·군과 실무협의회를 가동하며 세계청년대회 지역 행사와 방문객 수용 대책, 순례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박 지사의 이번 요청으로 교황의 충남 방문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충남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와 당진 솔뫼성지 등을 방문한 바 있다. 레오 14세 교황까지 충남을 찾게 되면 도내 천주교 순교 유산의 국제적 상징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도는 교황 방문 여부와 별개로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해미를 비롯한 순교성지를 세계적인 순례·관광 자원으로 육성하고 이를 충남의 역사·문화 브랜드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내포=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