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거부 쿠팡에 "형사고발" 꺼냈지만...궁색한 대응

공정위, 조사거부 쿠팡에 "형사고발" 꺼냈지만...궁색한 대응

대규모유통업법엔 조사방해 형사처벌 조항 없어 "실효성 의문"
소송 대응·과태료와 별개로 "고발" 카드까지 꺼냈지만 법적 근거 취약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장조사를 거부한 쿠팡에 대해 형사 고발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대규모유통업법에는 조사 거부·방해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실제 고발이 이뤄지더라도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송재봉 의원의 쿠팡 현장조사 거부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쿠팡이 집행정지 처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송에 대응하고, 독립적으로 쿠팡 조사거부 행위에 대해 형사고발하려고 한다. 고발하고 과태료 부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쿠팡

문제는 법 조문이다. 대규모유통업법상 조사 거부·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는 과태료(최대 2억원)뿐이다. 형사처벌 조항 자체가 없어, 위원장이 언급한 "형사 고발"을 이 법만으로 구성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9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쿠팡 본사 현장조사에 착수했으나, 쿠팡이 "행정조사기본법상 현장조사 개시 7일 전 서면통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네 차례에 걸쳐 진입을 저지했다. 공정위는 나흘 만인 24일 조사 인력을 철수시켰고, 쿠팡은 21일 법원에 조사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26일 입장자료를 통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조사 7일 전 서면통지가 필요한 조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3조 1항에 따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 법이 우선하는데, 대규모유통업법이 준용하는 공정거래법 제81조 2항·9항이 이러한 특별규정에 해당해 사전통지 의무가 배제된다는 논리다. 공정위는 설령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되더라도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사전통지 없이 조사할 수 있는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사전통지 예외 논리는 조사 "방법과 권한"에 관한 공정거래법 조항을 준용한 것이다. 반면 형사처벌은 별도의 벌칙 조항이 필요한 영역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이 공정거래법의 조사권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해서,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벌칙 조항까지 자동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실제 고발장이 접수되더라도 어떤 죄명으로 구성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행정조사기본법의 사전통지 예외 사유에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소비자기본법 등 5개 법률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 통과 전까지는 법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강일 의원은 "신속한 증거 확보가 필수적인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은 사후에 제정되었다는 이유로 '적용제외' 대상에서 누락돼 동일한 불공정거래 조사임에도 법률 간 절차적 불균형과 불필요한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행정조사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공정위는 소송 대응과 별개로 조사를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를 거부한 쿠팡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