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정치·입법의 문턱을 넘고 있는 사이 산업 분야에서는 한발 먼저 ‘사실상의 통합’이 시작됐다.
대구의 미래모빌리티와 로봇, 경북 구미의 반도체, 포항의 이차전지를 하나의 초광역 산업생태계로 묶는 대경권 미래산업 지도가 정부 국가균형성장 전략에 공식적으로 올라섰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에 따라 미래모빌리티·로봇·반도체·이차전지 등 4개 산업이 대경권 성장엔진 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27일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권역별 성장엔진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선정의 의미는 단순히 지역 주력산업 4개가 정부 지원대상에 포함됐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대구와 경북이 각자의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육성해 온 산업을 ‘대경권’이라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재편하는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부의 5극3특 전략 자체가 수도권 일극 집중구조에서 벗어나 전국을 초광역 경제권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대경권에 부여된 산업적 정체성은 ‘첨단 소재부품·AI로봇 중심지’다.
4개 성장엔진을 실제 산업지도 위에 올려놓으면 그 구상은 더욱 선명해진다.
대구가 집중 육성해 온 미래모빌리티와 로봇산업에 구미의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기반, 포항을 중심으로 구축된 이차전지 생태계를 연결하는 구조다.
각 지역의 산업을 따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소재·부품-제조-실증-사업화로 이어지는 하나의 초광역 밸류체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지난해부터 지역 산업기반과 성장 가능성, 기업투자 가능성 등을 분석해 이들 4개 산업을 후보로 정하고 정부와 협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산업 이름을 정부 계획에 올리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정부는 성장엔진으로 선정된 산업에 △재정·금융·세제 등 투자인센티브 △제도·기술 등 산업생태계 △인재·인프라 등 기업활동 기반을 포괄하는 ‘3축 7종 패키지’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투자기업에는 파격적인 규제특례도 제공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도 국회와 추진한다.
결국 대구경북이 앞으로 어떤 기업의 투자를 끌어오고 어떤 국가 인프라와 재정·세제 지원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번 성장엔진 선정의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갈릴 전망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곧바로 ‘대경권 성장엔진 육성계획 공동기획단’ 구성에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기획단은 미래모빌리티·로봇·반도체·이차전지 등 4개 산업별 분과를 운영한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실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앵커기업을 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시킨다는 점이다.
행정기관과 연구기관이 먼저 계획을 만들어 놓고 기업을 끌어들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규제완화와 인재, 연구개발, 산업용지, 금융·세제지원 등을 처음부터 정책에 담겠다는 것이다.
육성계획에는 앵커기업 투자유치를 비롯해 산업별 비전과 전략, 투자촉진 방안, 세부 사업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의 7종 지원 패키지 역시 이 계획과 연계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과도 맞물리는 대목이다.
행정구역 통합은 특별법과 국회 심사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경제 현장에서는 이미 시·도 경계를 넘어 공동 산업정책을 짜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구냐 경북이냐보다 연구개발 인력과 산업용지, 협력업체, 교통·물류망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돼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성장엔진 선정은 향후 대구경북 통합 논의에서 ‘왜 하나의 경제권이 필요한가’를 산업 측면에서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미래모빌리티·로봇·반도체·이차전지는 대구와 경북이 선도적으로 준비해 온 핵심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 실행력 있는 성장엔진 육성전략을 완성하고 대경권을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