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업 911곳→30곳 재편에...서민금융硏 "소형사는 등록제 유지해야"

추심업 911곳→30곳 재편에...서민금융硏 "소형사는 등록제 유지해야"

금융위, 자본금 30억원·상시 인력 20명 요건 추진
"영세업체 난립·과당 경쟁으로 불법추심 등 조장"
연구원 "획일적 허가제 전환, 불법사채 시장 확산 우려"
기존 업체 유예기간, 3년→5년으로 확대해 충격 줄여야"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금융당국이 매입채권추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민금융연구원이 대형 업체에는 허가제를 적용하더라도 소형 업체에는 등록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입 요건을 일률적으로 강화하면 시장에서 밀려난 영세 업체가 음성화해 불법추심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5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8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서민금융연구원은 27일 성명을 내고 "금융위원회의 획일적인 허가제 전환은 상당수 추심업체를 시장에서 퇴출해 불법사채 시장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른바 '상생형 허가·등록 이원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입채권추심업은 금융회사나 대부업체로부터 연체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자에게 직접 돈을 받아내는 사업이다. 현행법상 일정한 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등록하면 영업할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장기·과잉 추심을 막고 채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매입채권추심업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허가를 받으려면 금융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출자하고 자본금 30억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 상시 고용인력 20명 이상과 변호사 등 전문인력 5명 이상을 확보하는 요건도 담겼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에 등록된 매입채권추심업체는 911곳이다. 이 가운데 실제 연체채권을 보유한 업체는 498곳이고, 채권을 100건 이상 보유한 업체는 177곳이다. 상위 30개 업체가 전체 매입채권 잔액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영세 업체의 난립과 업체 간 과당 경쟁이 연체채권 가격과 추심 강도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자본력과 전문성, 전산설비 등을 갖춘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야 장기·과잉 추심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업체에는 법 시행일로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줄 계획이다. 이 기간에는 금융회사 지분 50% 이상 출자 요건을 적용하지 않지만, 금전대부업이나 대부중개업과의 겸업은 제한된다. 허가제로 전환하지 않는 업체에는 보유 채권의 매각·소각 등 정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2018년 12월 11월 불법고리사채업체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 해 고금리와 불법 추심 등으로 서민을 괴롭힌 조직원 7명을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불법 전단지 등 압수품. 2018.12.18 [사진=연합뉴스]

연구원은 자본금과 인력 규모를 기준으로 업체를 일괄 정리하면 제도권 밖에서 추심을 계속하는 업체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십조원대 자금을 취급하는 일부 여신전문금융회사도 등록제로 관리되는 상황에서 매입채권추심업에만 허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

연구원은 금융회사 출자 허용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형 업체가 자발적으로 허가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것을 제안했다. 소형 업체에는 등록제를 유지하는 대신 협회 차원의 공동 전산망과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해 감독을 강화하자는 방안도 내놨다.

기존 업체에 적용되는 유예기간은 금융위가 제시한 3년보다 긴 5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들이 보유 자산을 정리하고 허가 요건을 갖출 충분한 시간을 줘야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도약기금의 장기연체채권 매입가격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했다. 연구원은 대부업체가 액면가의 15~20% 수준에 사들인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5~6% 수준으로 넘기도록 하는 것은 손실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새도약기금의 평균 매입가율이 채권의 연령과 채무 규모, 연체 기간 등을 반영해 외부 회계법인이 산정한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신용회복기금과 국민행복기금이 7년 이상 연체채권을 사들일 때도 평균 매입가율이 4~5%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규제로 시장을 억누를 때마다 음성화라는 더 큰 문제가 생겼다"며 "정부의 관리 편의보다 금융이용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