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쟁'과 '경쟁'

[데스크칼럼] '정쟁'과 '경쟁'

20일 국회에서 열린 8월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심사 기한을 현행 최장 33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반대 속에 통과되고 있다. 2026.8.20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조정훈 기자] 정치권에 오랜만에 작은 변화의 신호가 켜진 것일까. 여야 대표가 2년여 만인 지난 24일 마주 앉았고 '대화의 끈을 놓지 말자'는 공감대도 나왔다. 극한 대치가 일상이었던 정치권에서 보면 일단 반가운 장면이 연출 됐다.

올해 정기국회 개회식이 다음 달 1일 열린다. 여야는 지난 25일 이 같은 내용의 22대 후반기 정기국회 의사 일정에 합의했다. 개회식에 이어 7~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9~11일과 14일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 있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9월 3일과 17일 열 계획이다. 국정감사는 10월 6일부터 시작해 27일까지 3주간 펼쳐진다. 정보위원회와 성평등가족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 국정감사는 10월30일까지 이어진다. 여야가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했지만 주요 현안 등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 전선은 분명하다. 진퇴양난이 예고 된 폭풍전야다.

국민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은 악수와 덕담만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합의하고 무엇을 해결했느냐다. 지금 정치권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부동산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관련 법안과 후속 조치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국민에게는 여야가 누구의 공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실제 공급이 언제 시작되고 집값과 전월세 시장이 어떻게 안정 될 지가 훨씬 중요하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다음 달 3일 82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국회의 심사 책임도 무거워진다.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국비 쟁탈전'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과 민생 안전망에 제대로 돈이 쓰이는지 따져야 한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 최근 이 대통령은 민주당 새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당정청을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했고 김민석 대표도 여당 지도부답게 일하겠다고 화답했다. 당정의 호흡이 맞는 것은 국정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정 일치가 곧 당정 일방통행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여당이 국정의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면 야당은 견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문제는 견제와 반대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잘못된 정책에는 날카롭게 제동을 걸되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여당이 추진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여당 역시 의석수를 앞세워 야당의 목소리를 숫자로 눌러서는 안 된다.

이번 여야 대표 회동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화의 정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화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부동산, 예산, 형사 및 민생 법안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부터 여야가 경쟁적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의 성적표는 지지율이나 정당의 의석수가 아니다. 국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느냐가 최종 평가 기준이다. 지금 정치권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쟁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정치권에 대화의 문이 열린 것이라면 이제 그 문을 통해 민생의 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은 이미 충분히 기다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과다. '대화하는 정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하는 정치'로 명확하게 증명할 때다.

/조정훈 기자(jjhji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