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확대에 대응해 개별 기업의 공정 효율화만으로는 탄소 감축에 한계가 있다며 생태계 전반의 협업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측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반도체·AI 산업경쟁력 차원의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세미나'에서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다 보니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며 "탈탄소는 하나의 개별 주체가 아닌 정부와 산업계 등 생태계 전반의 관리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코프1~3 관리…"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절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등이 참석했다.
SK하이닉스는 탄소배출을 스코프(Scope)1·2·3으로 나눠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코프1은 기업이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공정가스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가스 개발과 공정 효율화, 스크러버(유독 물질 정화 장비) 가동 등을 통해 줄일 수 있다.

스코프2는 외부에서 구매한 전력·열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이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반도체 산업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핵심 감축 수단이다. 스코프3는 원재료·장비 조달과 협력사 생산, 물류 등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간접배출로 고객사와 협력사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의 대응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 측은 "효율적으로, 적시에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공급물량 확대가 절실하다"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조달된다면 우리와 같은 전력 소비기업들이 충분히 물량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을 목표로 한 만큼 중간 단계의 경로도 명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K하이닉스 측은 "기업은 정책과 시장이라는 해류에 떠 있는 배와 같다"며 "2030년까지 100GW라는 목표는 있지만 그 사이 뚜렷한 마일스톤(Milestone)과 경로가 있어야 경영계획과 예산을 세우고 재생에너지 확보 계획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 "반도체 탄소발자국 60~80%가 전력"

글로벌 고객사도 청정전력 확보를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봤다.
애플 측은 "반도체를 포함한 집적회로(IC) 제품의 탄소발자국 가운데 60~80%가 전력에서 발생한다"며 "굉장히 큰 비중"이라고 말했다. 탄소발자국은 원료 조달부터 생산·운송·사용까지 제품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뜻한다.
애플은 2030년까지 전체 공급망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애플의 공급 업체에서는 20GW 이상의 재생에너지가 가동됐으며 이를 통해 26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구글 측은 "AI 시대를 이끌려면 컴퓨팅 파워 이상, 실리콘 칩 이상이 필요하다"며 "비용 효과적인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S 측도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자 전략적인 자산"이라며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에너지에 대한 접근권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뿐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추적 가능하며 예측 가능한 조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SML 측은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고 적정한 가격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SML은 2040년까지 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SEMI "청정전력 지금 당장 필요"
사이피 우스마니 SEMI 부사장 역시 "세계 반도체 산업에는 청정전력이 필요하고, 지금 당장 필요하다"며 "청정전력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반도체 칩의 약 절반이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약 6개 중 1개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주요 반도체 생산국의 재생전력 비중은 세계 평균 약 30%보다 낮다는 게 SEMI의 진단이다.
SEMI는 △신속한 인허가와 전력망 연결 △기업 전력구매 활성화 △가격 경쟁력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시장 구축 △AI·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전력망 현대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정부도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와 탄소중립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들어설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각각 약 15GW, 6.3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전날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구글·ASML 등과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을 논의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