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5일 기본 연구에 대한 과제를 선정했다. 윤석열정권에서 폐지됐던 사업이 복원된 것인데 기본 연구 저변확대에 큰 역할을 하지 않겠는가.”
답: “물론이다. 윤석열정권은 2024년 연구개발(R&D)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기본 연구에 대한 지원을 없앴다. 가뜩이나 연구비가 없어 고단했던 과학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2024~2025년 사라졌던 기본 연구에 대한 지원이 25일 결정됐다. 9월 1일부터 지원을 시작한다. 가뭄에 단비로 다가온다.”

“누군가 과학의 미래를 묻는다면, 눈을 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봐라”는 말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성립, 고정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권불오년(대통령 임기 5년)’이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정책이 요동친다.
이른바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 과학은 ‘십년대계(十年大計)’라고 표현한다. 백년대계의 교육은 한 세대를 키워내고 국가의 근본적 인재를 키워내는데 최소 수십 년에서 백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십년대계라는 말로 상징되는 과학은 단기 성과보다는 기초연구로 저변을 넓히고 관련 기술이 상용화돼 국가의 미래 경쟁력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의 기본은 ‘저변’에 있다. 당장 그 기술이 상용화되거나 혹은 아예 실패하더라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변이 넓으면 언제든 실패 위에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저변이 없다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권불오년’의 시스템에서 기본보다는 정권의 공적, 저변보다는 화려한 쇼맨십, 목적성보다는 효용성에 집중된 과학기술 정책을 펼쳐 왔다.
5년마다 휘몰아치는 정책 변화 속에 과학자들은 ‘또 그렇게 되는가’라는 자조 섞인 모습으로 풀이 죽어 있기에 십상이었다.
윤석열정권은 2024년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기본연구과제를 없앴다. 그 여파는 2025년까지 이어졌다. 저변을 넓히는 과학의 기본이 사라진 셈이다. 가뜩이나 연구비를 마련하는데 여의찮던 많은 이들이 더 극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현재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관련 특별팀(TF)을 구성해 윤석열정권의 R&D 예산 삭감 피해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출범해 1년이 지났는데 최종 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피해사례가 적지 않은 것인지, 살펴볼 곳이 많은지는 모르겠는데 해당 보고서가 나오면 얼마나 큰 피해가 있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2026년도 개인기초연구사업 제2차 신규과제 공고·평가를 거쳐 기본 연구, 도전형 연구, 전략형 연구 등 2496개 과제(1520억원)를 선정해 9월 1일부터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저변이 무너졌던 과학기술계에 ‘단비’가 내린 셈이다.
기본연구가 폐지되기 전인 2023년과 비교해 과제당 평균 지원 금액은 5586만원으로 약 10% 늘었다. 지원 기간도 기존 최대 3년에서 최대 5년으로 책정했다. 안정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의 설명도 ‘안정적 연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김 실장은 “기초연구의 다양성은 새로운 연구 분야 개척과 융복합 연구 확장의 시작”이라고 했다. 저변이 없다면 개척과 융복합 연구 확장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과학의날’ 60주년을 맞는다. 과학기술처를 만든 1967년 4월 21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60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다만 여전히 ‘권불오년’에 갇혀 최소한 ‘10년 대계’조차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극복해야 할 숙제이다.
화려한 정보기술도 저변에서 꿈틀거리는 과학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다. 당장 많은 사람에게 인식되는 기술도 저 아래에서, 수년 동안 한 우물을 판, 눈에 띄지 않던 과학자가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다.
‘과학의날’ 60주년이 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 정책의 연속성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권불오년’이든, ‘연임제’든 저변이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게 핵심이고 가장 중요하다.
‘누군가 과학의 미래를 묻는다면, 눈을 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봐라’는 명제를 안착시켜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스로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