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이창재 기자] 포항시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업비를 줄이고 경비를 깎는 고강도 세출 조정에 나섰지만, 하반기 공무원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반드시 지출해야 할 재원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단순한 세수 감소가 아니다. 들어올 돈보다 써야 할 돈이 훨씬 많은 재정 구조의 취약성이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데 있다.
제2회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포항시가 확보한 추가 세입은 140억원에 그쳤다. 반면 각 부서에서 요구한 세출은 782억1000만원에 달했다. 필요한 돈과 확보한 돈의 차이는 무려 642억1000만원이었다.
포항시는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전 부서의 경비를 줄이고 사업비를 조정하는 한편, 일부 사업의 집행 시기까지 늦췄다. 이렇게 줄인 세출이 338억5600만원이다. 그러나 이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단순 계산으로 303억5400만원의 재원 부족이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9월 이후에는 미룰 수도, 줄이기도 어려운 지출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건강보험료, 시내버스 지원, 음식물쓰레기 처리비 등을 포함한 의무적 성격의 지출만 약 33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여기에 국·도비 매칭사업에 투입해야 할 시비 부담까지 더해진다.
결국 사업을 늦추고 경비를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하반기 필수 지출과 각종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38억원이 넘는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도 재정 운용에 숨통이 트이지 않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시가 검토하고 있는 대책이 600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이다. 검토 대상은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400억원을 비롯해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100억원, 생활체육인 전용체육파크 50억원, 환호공원 공영주차타워 30억원, 포항 공동체복합시설 20억원 등이다.
물론 이 지방채가 공무원연금이나 건강보험료에 직접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사업에 지방채를 투입해 그동안 해당 사업에 들어가던 일반재원의 부담을 덜고, 그만큼 확보된 일반재원을 다른 필수 지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 운용의 여력을 만들겠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회계상 사용처가 다르다고 해서 빚의 본질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채로 투자사업 재원을 충당하면 당장의 일반재원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그 원금과 이자는 결국 포항시가 미래 예산으로 갚아야 한다. 현재의 재정 부족을 미래의 재정 부담으로 넘기는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지방채 증가 속도다. 포항시 지방채는 2019년 679억원에서 올해 말 2915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7년 만에 약 4.3배 증가한 규모다. 만약 신규 지방채 600억원이 올해 말 전망치에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면 단순 합산 규모는 3515억원에 이른다. 실제 잔액은 기존 채무 상환과 발행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지방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흐름 자체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포항시는 왜 이처럼 빚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지방채 증가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포항시 재정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예산 규모는 계속 커졌지만, 정작 포항시가 자체적으로 확보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포항시 예산은 2022년 2조5342억원에서 올해 본예산 기준 3조88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재정자립도는 27%에서 19.99%로 떨어졌다. 자체 세입도 6023억원에서 5432억원으로 591억원 감소했다.
쓸 수 있는 자체 재원은 줄었는데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지출은 늘었다. 복지예산은 같은 기간 7653억원에서 1조629억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지방비 매칭사업과 각종 의무지출까지 확대되면서 전체 예산은 커졌지만, 포항시가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재원은 갈수록 줄어드는 구조가 됐다.
이 대목에서 그동안 포항시가 주요 행정 성과로 내세워 온 국비와 도비 확보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도비를 많이 확보했다고 해서 모두 포항시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공짜 재원’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업에는 일정 비율의 시비를 함께 부담해야 하고, 시설이 완공된 이후에는 운영비와 인건비, 유지관리비까지 매년 지방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국비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에 포항시가 얼마의 시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준공 이후에는 매년 얼마의 운영비가 추가로 필요한지까지 함께 따졌어야 한다. 사업 유치 당시의 성과에만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 재정에 어떤 부담을 남기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올해 한 차례 추경에서 돈이 부족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체 세입은 줄고 의무지출과 매칭사업 부담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사업을 계속 추진해 온 결과가 한꺼번에 재정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시민들이 알고 싶은 것도 복잡하지 않다. 왜 공무원연금과 건강보험료 같은 필수 지출 재원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지, 수년 사이 크게 늘어난 빚은 어디에 사용됐는지, 그리고 그 빚을 언제, 어떤 재원으로 갚을 것인지다.
포항시 재정 정상화는 600억원을 더 빌리는 데서 시작될 수 없다. 지금의 재정 상황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동안 빚이 늘어난 과정과 책임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먼저다. 여기에 신규 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다시 따지고, 국·도비 사업도 향후 시비 부담과 운영비까지 포함한 장기 재정 영향을 기준으로 선별해야 한다.
지방채에 기대지 않아도 공무원연금과 건강보험료 같은 필수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포항시가 시민에게 내놓아야 할 재정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대구=이수현 기자(lljjww2222@inews24.com),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