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전기본…'졸속'에 '속도전' '일방적 자료' [지금은 기후위기]

이재명정부의 전기본…'졸속'에 '속도전' '일방적 자료' [지금은 기후위기]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 두고 비판 거세

우리나라는 중앙집중전력시스템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이 따로 있다. 송전탑 등 갈등 요소가 많은 게 현실이다. [사진=정종오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재명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메가 약탈’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주권정부가 아니라 기업정부로 탈바꿈하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가 얼마인가에만 정부가 주목하고 이를 위해 설비를 늘려야 한다는 말만 강조하고 있다. ‘얼마냐’를 넘어 ‘어떻게’는 없는 셈이다.”

오는 10월 정부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을 앞두고 시민단체는 물론 에너지 관계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앞세우면서 ‘얼마나 필요하다’는 말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토론회와 공청회도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 20일 정부는 ‘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를 통해 핵발전소 19기에 맞먹는 약 27기가와트(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같은 날 한국전력 이외에 민간 사업자가 국가전력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전력망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력망3법은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추진된 것들이다.

이재명정부는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38.4GW에 달하는 전력 설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들 시설이 사용하게 될 연간 전력량은 260테라와트시(TWh)로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40~50%에 달한다. 앞으로 추진될 반도체·데이터센터가 우리나라 전체 산업계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력만큼 많은 전력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력설비 확충에서 ‘가스발전’을 늘리고 석탄발전을 ‘안보전원’으로 삼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탄소중립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버젓이 내놓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사진=정종오 기자]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서는 양질의 산업용수 공급도 필수다. 메가프로젝트의 반도체산업만으로도 하루 215만 톤의 용수가 필요하다. 호남권 전체에서 사용되는 수돗물의 양보다 많다.

밀양·청도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25일 “이재명정부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만을 꿈꾸면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대규모 전력생산 단지와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 전력 체계로 지역의 착취와 수탈이 구조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이를 완화하고 해결을 시도하기는커녕 지역 착취와 수탈 구조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인반도체국가산단 추진을 위해 서해안 54개 지역 3800km에 이르는 대규모 초고압 송전망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만으로 이 사업의 조속한 완공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국가기간전략망확충특별법’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등 이른바 ‘전력망3법’을 개정해 민간 사업자까지 동원하는 것을 법제화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전력망3법은 전력 사업자에게 온갖 특혜와 규제 완화의 특권,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악법 중의 악법으로 민주주의를 심각히 훼손해 지금 당장 폐지돼야 할 법”이라며 “정치권은 민간 기업까지 동원에 국가전력망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이들 법까지 개정하면 온갖 특혜와 특권, 무소불위의 권한까지 기업에 부여하는 ‘기업국가’를 법제화했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라 칭하면서 정작 전 국토를 약탈하고 착취하는 메가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민주적 통제’와 ‘시민참여’는 여러 촉진법과 특별법으로 제거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12차 전기본을 수립하는 과정도 ‘졸속과 기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책위 측은 “대국민 토론회와 공론화라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속도전을 치르듯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는 말만 ‘대국민’일뿐 일개 단체의 토론회보다 못한 형편없는 토론회로 진행됐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기업과 자본의 욕망에 충실한 정책 집행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둘러싸고 기후부의 자세를 비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후미디어허브 관계자는 “(12차 전기본에서 중요한 것은)‘얼마나’와 함께 ‘어떻게’를 봐야 한다”며 “몇 GW가 늘어나는가를 넘어 수요를 어떻게 관리하고, 전력망·ESS(에너지저장장치)를 어떻게 확보하며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어떻게 풀 것인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기후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했다. 기후미디어허브 측은 “기후부는 전기본 수립의 투명성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지난 4월 전력수요 발표 때에도 구체적 모형과 데이터의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메가프로젝트로 인한 추가 전력수요 역시 기업발 정보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인선 에이치에너지 이사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몇 GW라는 숫자보다 AI칩과 서버의 전력소비, 효율 개선을 어떤 전제로 계산했는지를 봐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도 목표치만 제시할 게 아니라 ESS와 수요반응이 실제로 투자·운영될 수 있는 시장 조건까지 함께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도 “늘어난 전력수요를 발전설비 확충만으로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지역과 시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ESS와 수요반응, 전력시장 개편을 통해 기존 설비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