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포스코의 파업 가능성을 바라보는 포항의 시선이 무겁다. 최근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노사에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의 임금협상에 지역사회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철강 불황의 충격을 이미 겪고 있는 포항에 생산 차질이라는 또 다른 부담까지 더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포스코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한 데 이어 9월 1일부터 쟁의행위에 나서겠다고 노동부에 신고했다. 연장·휴일근로 거부를 거쳐 부분파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임금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다. 회사 역시 어려운 시기 생산현장을 지켜온 직원들의 기여를 충분히 살피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문제는 노사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금 철강산업이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파업이 가져올 파장을 먼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도 노조다. 포스코노조는 지난 3월 현대제철 노조와 함께 국회를 찾아 세계적인 수요 침체와 공급 과잉, 에너지·탄소 비용 부담 등을 호소하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산업의 위기가 깊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노조가 호소했던 어려움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포항은 이미 그 충격을 몸으로 겪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는 1제강과 1선재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았고, 현대제철 포항2공장도 업황 악화로 휴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철강산업의 위기가 지역경제의 위기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철소의 생산과 투자가 줄면 협력업체의 일감과 고용이 줄고, 그 여파는 물류와 지역 상권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생산 차질까지 겹친다면 부담은 결국 지역 전체가 떠안게 된다.
노조는 임금과 처우가 개선되면 지역 소비가 늘어 포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포항 경제를 떠받치는 더 큰 축은 제철소의 안정적인 생산, 그리고 이에 연결된 협력업체의 일감과 고용이다. 당장의 소비 확대보다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지켜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지역경제 전체로 보면 더 중요하다. 산업 기반이 흔들리면 임금 인상으로 얻는 소비 효과보다 훨씬 큰 비용을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한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는 흔들리는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되살릴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런 때 생산현장까지 멈추는 것은 포항이 필요로 하는 해법과도 거리가 있다. 노사도 눈앞의 협상 조건만 볼 것이 아니라 이번 선택이 산업과 지역에 어떤 결과를 남길지 함께 봐야 한다. 어느 한쪽의 승리보다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이제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항 전체가 함께 넘어야 할 과제가 됐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일터가 흔들리지 않고 협력업체가 버티며 지역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 포항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불확실성이 아니라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신호다. 포항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파업이 아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생산현장을 지키며 대화로 해법을 찾는 일이다.
/대구=이수현 기자(lljjww222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