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1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려면 환원 규모보다 기준과 방식을 더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 정책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고 있다며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등극했지만 투명성과 예측 가승성이 결여된 주주환원정책은 주가수익비율(PER)이 3~4배에 머무르는 이유를 다시 일깨워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약 90조~110조원의 주주환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포럼은 연간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회사가 잡은 잉여현금흐름(FCF) 전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FCF의 50%를 환원하는 정책을 적용한 점을 감안하면 회사가 에상하는 올해 FCF는 약 180조~220조원 수준이다. 포럼은 단순 연율화(연간 환산) 방식으로 296조원을 추산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의 전망치도 각각 266조원과 298조원으로 회사 측 예상치를 웃돈다는 게 포럼의 설명이다.
포럼은 "삼성전자 추정은 극히 보수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시장이 검증할 수 있도록 정책상 FCF와 회계상 현금흐름 간 조정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FCF 산정 과정에서 메모리 제품 장기공급계약(LTA) 선수금과 임직원 성과급 주식 보상 관련 지출액을 차감하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
포럼은 "이런 잔재주 때문에 100조원을 주주환원해도 주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LTA 선수금의 수취와 매출 인식, 반환 조건, 주식 보상 관련 비용과 실제 자사주 취득액 등을 구분해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주주환원 방식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 가이던스를 제시했지만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별도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포럼은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올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10% 한도에 가까워지는 점이 자사주 환원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주 입장에서 배당은 세금을 차감한 후 재투자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지만 자사주 매입, 소각은 그렇지 않다"며 저평가 국면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소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삼성전자 보통주보다 약 26%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우선주를 중심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책에도 비판을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약 40조원 규모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포럼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7월 초 40조원 ADR 증자 후 8월 중순부터 3개월간 40조원 자기주식 매입은 소각으로 연결돼도 실질적으로 없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매입, 소각 규모가 앞선 신주 발행 규모와 비슷한 만큼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순수한 주식 수 감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도 문제로 지목했다. 포럼은 SK㈜→SK스퀘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기존 구조에서 솔리다임까지 상장할 경우 중복상장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며 "지금은 5단 중복상장을 모색할 때가 아니라 3단 중복상장 해소를 고민할 때"라고 주장했다.
포럼이 제시한 해법은 양사 모두 같다. FCF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환원하는 대신 이사회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적정 현금 수준을 먼저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목표 자본구조 정책'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포럼은 "유보 현금으로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투자자본수익률(ROIC)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자본배치 원칙"이라며 "현재와 같이 극심한 주가 저평가 국면에서는 자기주식 매입, 소각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