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끝까지 달려요”…90세 김명락의 100m, 대구스타디움 울렸다

“할아버지, 끝까지 달려요”…90세 김명락의 100m, 대구스타디움 울렸다

국내 참가선수 최고령 김명락, 44초83으로 100m 완주…나이는 숫자였다
딸·손녀가 직접 만든 현수막 들고 뜨거운 응원…가족과 함께 만든 ‘생애 특별한 결승선’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100m를 달리는 데 44초83이 걸렸다.

누군가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러나 90세 김명락 선수에게 그 44초83은 한평생을 건너 다시 만난 ‘도전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결승선 너머에는 그 시간을 누구보다 뜨겁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었다.

90세 고령의 김명락 선수 [사진=대구시]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국내 참가선수 가운데 최고령인 김명락 선수가 지난 2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00m 90세(M90) 준결승 2조에 출전해 44초83으로 완주했다.

출발선에 선 김 선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처럼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레이스는 아니었다. 자신의 호흡과 자신의 보폭으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향한 곳은 단 하나, 100m 앞 결승선이었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김 선수에게 누구보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도전을 보기 위해 가족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특히 딸과 손녀는 직접 만든 응원 현수막까지 준비했다. 90세 아버지이자 할아버지가 다시 출발선에 서는 순간을 가족들은 함께 지켜봤다.

김 선수는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신의 페이스로 트랙을 달렸고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44초83.

이날만큼은 순위보다 그 숫자 앞에 붙은 ‘완주’라는 두 글자가 더 빛났다.

경기가 끝난 뒤 김명락 선수와 가족들이 직접 만든 현수막을 함께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대구시]

경기가 끝난 뒤 김 선수와 가족들은 직접 만든 현수막을 함께 펼쳐 들었다. 90세의 특별한 레이스를 마친 선수와 그 도전을 끝까지 지켜본 가족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나란히 섰다.

김 선수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날 가족의 응원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는 오랜 기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정년퇴임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던 그의 길은 다음 세대로도 이어졌다.

손녀와 손자 역시 현재 서울과 전남에서 각각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

평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이 이날만큼은 대구스타디움에 모였다. 이유는 하나였다. 아흔 살 할아버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김 선수의 완주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마스터즈 스포츠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는 35세 이상 선수들이 5세 단위 연령별로 참가한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은 반드시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만 출발선에 서는 것이 아니다. 어제의 자신을 넘어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스포츠를 통해 삶의 목표를 이어간다.

그래서 마스터즈 대회의 결승선에는 메달과 기록만 존재하지 않는다.

출발선에 다시 설 수 있다는 용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도전,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나누는 가족과 동료가 있다.

김명락 선수의 가족들이 응원과 함께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진기훈 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90세의 나이에도 출발선에 서서 100m를 끝까지 완주한 김명락 선수의 도전은 마스터즈 스포츠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함께 응원하고 완주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까지 더해져 도전과 참여, 함께 즐기는 마스터즈 스포츠의 가치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