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구강건강 ‘10년 공백’ 없앤다…소병훈, 3년 주기 실태조사 법제화 추진

장애인 구강건강 ‘10년 공백’ 없앤다…소병훈, 3년 주기 실태조사 법제화 추진

「구강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장애인 구강건강 별도 조사·공표 의무화
2005·2015·2025년 사실상 10년 주기 조사…정책 대응 위한 지속적 데이터 확보 필요
10세 이상 정신장애인 97.4% 영구치 충치 경험…취약 장애인 대상 매년 예방사업 추진
소병훈 “조사에서 예방·관리까지 국가 책임 강화해야”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장애인의 구강건강 상태를 사실상 10년에 한 번씩 확인해 온 조사체계를 3년 주기로 전환하고 조사 결과를 매년 예방·관리사업으로 연결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갑)은 장애인의 구강건강 실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구강건강관리에 취약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예방사업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강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4일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를 일회성 또는 비정기적 조사 대상이 아닌 국가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보건정책 영역으로 제도화하는 데 있다.

현행 구강보건법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은 국민의 구강건강 상태와 구강건강에 대한 의식 등을 파악하기 위해 3년마다 국민 구강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 일반 국민과 달리 별도의 계획을 수립해 구강건강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의무적으로 일정한 주기에 맞춰 조사를 실시하도록 한 구조가 아니다 보니 장애인 구강건강 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장애인 구강건강실태조사는 2005년과 2015년, 2025년에 각각 실시됐다. 결과적으로 약 10년에 한 차례씩 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구강질환은 치료 못지않게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10년이라는 조사 간격으로는 장애유형별 건강 상태의 변화나 의료 접근성, 예방서비스의 효과 등을 적기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개정안 발의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 [사진=소병훈 의원실]

□ 정신장애인 영구치 충치 97.4%…장애유형별 격차도 확인

최근 조사에서는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2025년도 장애인 구강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세 이상 정신장애인의 97.4%에서 영구치 충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 특성에 따라 스스로 양치질이나 구강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치과 진료 과정에서도 의사소통이나 이동, 진료 협조 등의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장애인 진료가 가능한 치과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까지 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할 경우 예방 가능한 구강질환이 장기간 방치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구강건강 악화는 치아 자체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기능과 영양 섭취, 의사소통 등 일상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장애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뤄야 할 보건의료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장애인의 구강건강 수준을 일정한 주기로 조사해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장애유형과 연령, 구강건강 취약 정도 등을 고려한 예방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 장애인 실태조사 ‘선택’에서 ‘정례화’로

소병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장애인의 구강건강실태를 일반 국민과 별도로 구분해 조사하도록 하고, 조사 결과를 국민 구강건강실태조사 결과에 포함해 공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3년마다 실시되는 국민 구강건강실태조사와 연계해 장애인의 구강건강 상태 역시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기존처럼 장애인 조사를 별도 계획에 따라 간헐적으로 실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구강보건정책의 정기적인 조사체계 안으로 장애인을 포함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장기간에 걸친 장애인 구강건강 변화 추이를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장애유형이나 연령대에서 구강질환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지 등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의 기초가 되는 통계가 3년 단위로 축적되면 관련 예산과 의료서비스, 예방사업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근거 역시 강화될 수 있다.

□ 조사만 하고 끝내지 않는다…매년 예방사업 의무화

이번 개정안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조사 △정책 △예방’으로 이어지는 관리체계 구축​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강건강관리에 취약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매년 구강질환 예방을 위한 구강보건사업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순히 장애인의 구강건강 상태를 조사하고 통계를 발표하는 수준을 넘어 조사에서 확인된 문제를 실제 현장의 예방·관리 서비스와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법안이 시행될 경우 국가와 지자체의 장애인 구강보건정책 역시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조기관리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근거가 강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취약계층과 장애유형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예방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한정된 구강보건 자원을 상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대상에게 보다 체계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장애인 구강건강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금까지처럼 조사 간격이 길어질 경우 정책 성과를 평가하거나 새로운 건강 문제의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3년 단위 조사가 정착되면 정책 시행 전후의 변화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 장애인 건강권 문제로 접근…‘구강건강 격차’ 해소 관건

이번 법안은 장애인의 구강건강을 개인이나 보호자의 관리 책임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건강권의 문제로 접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구강질환은 초기 단계에서 예방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면 질환의 악화와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줄일 여지가 큰 만큼 장애인의 치과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과 예방사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법 개정 이후 세부적인 사업 설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적인 실태조사뿐 아니라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예방프로그램 마련, 지역별 치과의료 접근성 개선, 장애인 구강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과 전문인력 확충 등 후속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제도 개선 효과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 의원은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를 10년에 한 번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필요한 정책을 제때 마련하기 어렵다”며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가 매년 예방사업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이 구강건강 격차로 인해 일상생활과 건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사에서 예방·관리까지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장애인 구강건강 정책은 비정기적 실태 파악에서 벗어나 ‘3년 주기 조사와 매년 예방사업’이라는 상시 관리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된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정기적인 조사 결과가 실제 장애인의 치과 접근성 향상과 구강질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실행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