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한 장의 한지 위에 반세기의 시간이 내려앉는다.
먹이 번지고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세월을 견딘 소나무가 서고, 비워둔 여백 사이로 산과 물이 흐른다. 수십 번 색을 올린 장지에는 한 작가가 50여 년 동안 지켜온 한국화의 시간이 켜켜이 쌓였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수묵과 채색, 문인화의 외길을 걸어온 신재한 작가가 자신의 화업을 대구 달성에서 펼쳐 보인다.
달성문화재단(이사장 최재훈)은 24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달성군청 2층 참꽃갤러리에서 신재한 작가 개인전 ‘신바람 나는 한국의 미를 찾아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나무 그림과 수묵산수화, 전통 채색화, 문인화 등 신 작가의 작품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50여 년 동안 한국화에 천착해 온 작가가 자연과 삶을 바라봐 온 시선이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 속에 녹아 있다.
특히 소나무는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요 소재 가운데 하나다.
거친 비바람과 긴 세월에도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소나무의 생명력과 절개를 화폭에 담았다. 산수에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기운과 흐름을 포착했다.
신 작가의 작품은 무엇을 그렸는가만큼 ‘어떻게 그렸는가’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크다.
수묵산수화에서는 먹의 짙고 옅음을 뜻하는 농담과 마른 붓으로 그려내는 갈필, 그리고 동양화의 핵심적인 조형 요소인 여백을 적극 활용한다.
화폭을 가득 채우기보다 비워둔 공간까지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여 자연의 외형을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정신과 기운을 표현한다.
전통 채색화에서는 또 다른 시간의 깊이가 드러난다.
장지 위에 색을 한 번에 입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차례 겹쳐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색의 깊이와 시간의 켜를 만들어냈다.

문인화에서는 시·서·화가 하나로 어우러진 전통적 미감을 바탕으로 절제된 필선과 여백을 통해 작가의 내면과 사유를 드러낸다.
화려함보다 절제, 채움보다 비움에 가까운 한국화의 미학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최재훈 달성문화재단 이사장은 “반세기 동안 전통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묵직한 내공과 예술적 사유가 작품마다 깊게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지 위에 수없이 쌓아 올린 색의 결을 따라가며 바쁜 일상 속에서 전통 미술이 전하는 담백한 울림과 한국화 특유의 미학적 깊이를 만끽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