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키우면 대기업 품으로"…호카 판권에 뿔난 조이웍스

"중소기업이 키우면 대기업 품으로"…호카 판권에 뿔난 조이웍스

"판권 이전에 고용승계 의무도 공백"…140여명 생계 위협 주장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조이웍스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인지도가 낮은 해외 브랜드를 발굴해 초기 투자와 시장 위험을 부담한 중소 유통사가 정작 브랜드가 성장한 뒤 판권 이전 과정에서 배제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호카의 국내 총판을 담당하는 조이웍스 직원들이 데커스의 국내 총판사 변경에 반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위에 나섰다. [사진=조이웍스 비상대책위원회 ]

비대위는 해외 본사가 계약 종료 여부를 결정하고 새 국내 사업자를 선정하는 현행 구조에서 기존 유통사의 기여를 보상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주장했다.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고객 기반 등 국내 사업자가 축적한 무형자산이 판권과 함께 사실상 새 사업자에게 넘어가지만 이를 별도로 평가하거나 보상하도록 강제할 규정은 없다는 설명이다.

현행 하도급법과 대리점법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비대위 측 주장이다. 두 법은 주로 국내 원청·하청 또는 본사·대리점 관계를 규율하지만 해외 본사가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국내 기업과 새 계약을 체결하는 판권 이전은 이 같은 거래 관계에 포섭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자가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 대응할 수는 있다. 다만 시장 개척 성과가 부당하게 도용됐거나 해외 본사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판권 이전 자체가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닌 만큼 비대위가 제기한 '육성 후 회수' 역시 개별 계약과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판권 이전에 따른 고용 불안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계약이 조직과 자산을 함께 넘기는 영업양도가 아니라 기존 유통계약 해지와 신규 계약 체결 방식으로 바뀌면 새 사업자가 종전 인력을 승계할 의무가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비대위는 "호카 판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임직원을 비롯한 주주와 협력업체 관계자 등 140여 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브랜드 육성에 참여한 노동자까지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판권을 확보한다고 반드시 브랜드 성장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비대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3년 살로몬 사업권을 인수했다가 2015년 철수한 사례를 들며 "자본력과 유통망만으로 사업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브랜드와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판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 인수 기업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이웍스는 2018년부터 호카의 국내 유통을 맡아 브랜드를 키워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호카 관련 매출은 2022년 228억원에서 2024년 820억원 규모로 늘었다. 다만 이 수치는 조이웍스가 밝힌 전체 매출과 업계 추산 호카 매출 비중을 토대로 한 것으로 호카 단일 브랜드의 공식 공시 실적은 아니다.

이번 판권 분쟁에는 일반적인 계약 종료 사례와 다른 측면도 있다. 호카 본사인 미국 데커스는 조성환 조이웍스 전 대표의 폭행 논란 등에 따른 윤리 기준 위반을 계약 해지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최초 보도에서 제기된 '하청업체 갑질' 관련 표현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거쳐 '경쟁업체 관계자와의 충돌'로 정정됐다.

계약 해지의 적법성을 둘러싼 국제중재 절차도 아직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데커스와 이랜드그룹은 지난 20일 이랜드를 호카의 새로운 국내 유통 파트너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사업 이관 시점과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대위는 "이번 사안을 특정 기업 간 판권 분쟁에 그치지 않고 국내 유통산업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드러낸 계기로 봐야 한다"며 "시장 개척에 투입된 중소기업의 무형자산과 소속 근로자의 고용을 보호할 대책을 정부와 정책 당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