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넘는 엔비디아 ‘AI PC’가 日서 1위…“내 책상에서 AI 돌린다”

100만원 넘는 엔비디아 ‘AI PC’가 日서 1위…“내 책상에서 AI 돌린다”

일반 미니PC보다 10배 비싼 ‘DGX 스파크’, 日 가격비교 사이트 인기 판매 1위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서 로컬 AI 수요 확산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100만엔이 넘는 엔비디아의 AI 전용 컴퓨터가 일본 미니PC 시장에서 일반 제품을 제치고 판매 인기 1위에 올랐다. 일반 미니PC보다 가격이 최대 10배가량 비싼 제품이지만, 기업과 개발자를 중심으로 '내 책상에서 직접 AI를 돌리겠다'는 수요가 커지면서다.

일본 최대 가격비교 홈페이지 가격닷컴에 23일 기준 미니PC 품목 1위에 오른 엔비디아의 'DGX 스파크' 제품. 2위 제품과 가격 차이는 10배가량 난다. [사진=가격닷컴 캡처]

26일 일본 최대 가격비교 사이트 가격닷컴에 따르면 엔비디아 'DGX 스파크'는 지난 23일 기준 '미니PC·스틱형 PC 인기 판매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5~21일 집계에서도 같은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가격은 107만8000엔(약 941만3096원)이다. 2·3위 제품이 10만엔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10배가량 비싸다.

고가 AI 컴퓨터의 약진은 DGX 스파크에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동일한 GB10 칩을 탑재한 레노버의 AI 컴퓨터도 93만엔대 가격으로 4위에 올랐다. 100만엔 안팎의 AI 개발용 컴퓨터 2종이 일반 미니PC 사이에서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한 셈이다.

일본 IT 전문매체 아스키도 최근 DGX 스파크의 순위 상승을 전하며 일본에서 '로컬 AI 특수'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00만원짜리 PC 왜 사나…내 책상에서 AI 돌린다

DGX 스파크는 쉽게 말해 '책상 위에 놓고 쓰는 작은 AI 서버'다. 인터넷이나 문서 작업을 위한 일반 PC가 아니라 AI를 개발하고 직접 구동하는 데 특화된 제품이다.

기존에는 규모가 큰 AI를 사용하려면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이용하거나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빌려야 했다. DGX 스파크를 이용하면 상당 부분을 자신의 책상 위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다.

작은 본체에 128기가바이트(GB)의 대용량 통합 메모리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최대 2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AI 모델을 다룰 수 있다.

일반 PC에서는 구동하기 어려운 덩치 큰 AI 모델을 직접 실행하거나 회사 업무에 맞게 학습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일본 기업도 속속 도입...AI를 빌리지 않고 직접 갖는다

실제 일본 기업들의 도입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기술기업 토글홀딩스는 엔지니어들에게 DGX 스파크를 지급했다. 지난 6월 도쿄에서는 DGX 스파크 이용자들이 각자 장비를 들고 모여 AI 게임을 개발하는 행사도 열렸다.

이는 AI 활용 방식이 ‘클라우드에서 AI를 빌려 쓰는 것’에서 ‘직접 AI 인프라를 갖추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눈길을 끈다. 일본은 그동안 팩스와 도장, 종이 문서 사용이 많은 국가로 꼽히며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 정부 역시 디지털 전환을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해왔다.

그런 일본에서 100만엔이 넘는 AI 전용 컴퓨터가 일반 미니PC를 제치고 판매 인기 1위에 오른 것은 AI가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촉매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0.30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AI슈퍼컴퓨터 'DGX스파크'를 선물하고 있다. 2025.10.31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이재용·최태원·정의선 이 받은 젠슨 황의 '그 선물'

DGX 스파크는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른바 '깐부 회동'을 가졌을 당시 두 사람에게 각각 선물한 제품이다. 황 CEO는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도 DGX 스파크를 선물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증정된 ‘특별한 AI 컴퓨터’로 주목받았다면, 일본에서는 이제 일반 소비자 시장의 판매 순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DGX 스파크의 일본 내 인기는 단순히 특정 제품이 잘 팔린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AI 연산을 클라우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과 개발자가 직접 확보하려는 ‘로컬 AI’ 시장이 실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 같은 흐름이 향후 글로벌 PC 시장에서 ‘AI PC’를 넘어 ‘개인용 AI 서버’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