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청춘, 다시 출발선에 섰다”…대구 달군 세계 마스터즈들의 질주

“75세 청춘, 다시 출발선에 섰다”…대구 달군 세계 마스터즈들의 질주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 본경기 시작…첫 트랙 100m부터 뜨거운 경쟁
M75 도도환 15초63 조 3위·준결승 진출…23일 오전 다시 스타팅블록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75세의 선수가 스타팅블록에 몸을 낮췄다. 총성이 울리자 젊은 시절처럼 다시 트랙을 내달렸다.

누군가는 15초63에 결승선을 통과했고, 누군가는 19초34에 레이스를 마쳤다. 그러나 이날 대구스타디움에서 숫자로 표시된 기록보다 더 선명했던 것은 ‘나이는 도전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세계 마스터즈 선수들의 질주였다.

75세의 도도환 선수 [사진=대구시]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의 본격적인 경기 일정이 시작된 22일 오전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첫 트랙 경기인 100m 종목이 펼쳐졌다.

남자 100m에는 세계 각국에서 대구를 찾은 마스터즈 선수들이 연령대별로 출전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등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선수들이었지만 출발선 앞에서 바라보는 곳은 하나였다. 자신의 기록, 그리고 자신의 한계였다.

남자 75세(M75) 100m에 출전한 대한민국 도도환(1949년생)은 예선에서 15초63을 기록하며 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도 선수는 기록에 따른 추가 진출권까지 거머쥐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23일 오전 11시 다시 대구스타디움 트랙에 올라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1948년생 임을용 선수의 질주도 눈길을 끌었다.

육상 국가대표 출신인 임 선수는 이날 19초34로 레이스를 마쳤다.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달렸던 젊은 날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공식 국제대회의 트랙에 올라 자신의 레이스를 펼쳤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세월은 선수들의 기록을 바꿔놓았지만 달리고 싶은 열정까지 빼앗지는 못했다.

스타트 신호를 기다리는 긴장감도, 결승선을 바라보는 눈빛도,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투지도 젊은 선수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날 100m에는 두 한국 선수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마스터즈 선수들이 함께했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는 서로에게 격려를 건넸다. 관중석에서도 마지막 선수 한 명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박수가 이어지며 세계마스터즈육상대회가 가진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임을용 선수 [사진=대구시]

누가 더 젊은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의 전성기가 먼저 지나갔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출발선에 다시 설 용기가 있고 결승선까지 자신의 힘으로 달려갈 수 있다면 모두가 현역 선수였다.

대구스타디움에서는 이날 100m뿐 아니라 400m와 800m, 허들 등 트랙 경기와 높이뛰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등 필드 종목이 잇따라 펼쳐지며 대회 첫날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조직위원회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고령 선수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폭염 대응을 비롯해 의료·교통·통역 등 현장 지원체계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전미자 조직위원회 대외협력부장은 “선수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폭염 대응과 의료·교통·통역 등 지원체계를 꼼꼼히 준비했다”며 “세계 각국의 마스터즈 선수들이 대구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대회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는 오는 9월 3일까지 대구스타디움을 비롯한 주요 경기장에서 계속된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연령별로 나뉘어 기록과 순위를 겨루지만, 결국 이들이 맞서는 가장 강력한 상대는 다른 나라 선수가 아니라 세월과 자신의 한계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