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소버린 AI' 전략을 필요한 AI를 안정적으로 쓰고, 서비스가 끊겨도 핵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운용 주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종현학술원은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와 함께 '보유에서 운용으로: 에이전트 AI 시대의 국가안보와 소버린 AI 2.0'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7월30일 열린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논의를 토대로 작성됐다.

모델 보유보다 '끊겨도 작동하는 AI'
보고서는 기존 소버린 AI 개념을 '접근 주권'과 '운용 주권'으로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접근 주권은 필요한 AI 기술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하는 능력, 운용 주권은 특정 모델이나 클라우드가 중단돼도 대체 체계로 핵심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모든 AI 기술을 국내에서 직접 개발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외부 기술을 활용하되 특정 국가나 공급자에 대한 의존 때문에 국가 핵심 기능이 멈추지 않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경쟁력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평가기관 METR에 따르면 AI가 성공률 50%로 자율 수행할 수 있는 작업 시간은 2019년 수초에서 올해 약 14~16시간으로 늘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총괄은 모델 자체보다 실제 운용 능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에이전트 AI는 모델에 도구 연결과 메모리, 권한 관리, 결과 검증, 실패 복구 등을 담당하는 '하네스'가 결합돼 작동하기 때문이다.

美·中 경쟁, AI '풀스택'으로
미·중 AI 경쟁은 개별 모델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반도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피지컬 AI를 아우르는 '풀스택'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국이 최상위 모델과 첨단 반도체 접근을 관리하는 '품질(Quality)' 전략을, 중국은 오픈웨이트 모델과 낮은 이용료를 앞세운 '네트워크(Network)'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모든 기술을 독자 개발하기보다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제조·헬스케어·문화 콘텐츠와 피지컬 AI 등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꼽혔다.
메모리·데이터센터, 韓 협상 카드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한국이 AI 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제시됐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은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저전력 D램(LPDDR) 등 D램과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18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논의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와 인프라 공급에 그치지 않고 AI 기술·서비스 설계에 참여해 고부가가치를 국내에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모델과 해외 모델, 소형 모델을 목적에 맞게 조합하는 '모델 믹스'도 제시됐다. 해외 AI 의존도와 비용을 낮추면서 글로벌 사업자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소버린 AI의 개념을 단순한 기술·모델의 보유에서 운용 역량과 규범 설계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규범 형성 과정의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