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배달 플랫폼이 건설사를 제치고 산업재해 승인건수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가장 위험한 일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복수 앱을 동시에 이용하는 라이더 업무특성을 고려할 때 사고를 특정 플랫폼에 귀속하기 어렵다. 단순 산재 승인건수만으로 플랫폼별 안전수준을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발생 시점과 장소, 원인을 정확히 집계하는 통계조차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산재 승인 1위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제도의 허점과 통계 공백을 짚어본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동시에 켜놓고 일하던 라이더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는 있지만 사고를 어느 플랫폼 업무에 귀속할지는 별개 문제다. 여러 플랫폼을 오가는 노동자까지 보호하도록 제도의 문은 넓혔지만 사고를 조사하고 책임을 가리는 체계는 '멀티호밍(복수 플랫폼 이용)'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노무제공자 전속성 요건을 폐지했다.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을 없애 복수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는 라이더도 산재보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전속성 폐지와 적용 직종 확대로 노무제공자 약 92만5000명이 추가로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도 개편은 보호범위를 넓혔지만 산재 이용을 가로막는 현장문제까지 해소하지는 못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제도 개편전인 2022년 배달 라이더 605명을 조사한 결과 21.8%인 132명이 최근 1년간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고경험자 가운데 산재보험을 신청해 보상받은 비율은 12.0%에 그쳤다. 상대방이나 업체·민간보험으로 처리한 비율이 50.8%, 개인비용으로 해결한 비율이 36.1%에 달했다.
보험 적용범위를 넓힌 것과 사고발생 사업장을 특정하는 일은 별개 문제다. 산재보험 절차에서는 업무상 재해여부를 판단하는 동시에 사고가 어느 사업주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사고 당시 한 플랫폼에서 받은 주문을 배달하고 있었다면 귀속관계가 비교적 분명하다. 콜 수락과 음식픽업, 배달완료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두 앱을 켰다는 사실만으로 사고귀속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두 앱에 모두 접속한 채 주문을 기다리거나 복수 플랫폼 일감을 연이어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다. 한 플랫폼 배달을 마치고 다른 앱 주문을 잡기 위해 이동했거나 두 플랫폼 배달을 함께 수행했다면 어느 한쪽 업무로만 분류하기 어렵다.
멀티호밍은 사고귀속뿐 아니라 사고 위험 자체를 높이는 요인과도 맞물려 있다. 양종민 인하대 교수와 박정우 연구자가 발표한 '플랫폼 음식 배달기사의 산재사고에 대한 제도적 영향: 비표준 노사관계와 예방적 산재안전망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계약 업체수와 묶음배달이 늘어날수록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통계적 관계가 나타났다.
두 곳 이상 업체와의 계약, 묶음배달, 사고통제 자율성, 안전교육과 경력 등이 사고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멀티호밍이 단순한 사고귀속 문제를 넘어 라이더 안전과도 직결돼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사고를 귀속하기 어려운 경우를 처리하기 위해 '노무제공자 공통관리번호'를 마련했다. 사고 당시 계약조건과 업무내용을 확인해 보험가입자를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러 사업주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 특정 사업장을 가려내기 어렵다면 직종별 공통관리번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공통관리번호를 이용하면 사고를 특정 플랫폼에 억지로 귀속하지 않고도 산재보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2월 배달 라이더 산재보험 제도개선 간담회에서 공통관리번호를 적용하려면 멀티호밍 여부를 조사해야 하지만 인력부담 등으로 적극적인 조사가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활용현황도 별도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플랫폼별 산재는 단순 건수로 집계된다. 2024년 1~8월 우아한청년들의 산재 승인건수는 1368건, 쿠팡이츠는 421건이었다. 반면 같은기간 공통관리번호로 처리된 배달 라이더 사고가 몇 건인지는 공개통계에서 확인할 수 없다. 직종별·연도별 적용 건수와 승인결과, 최초 신청 플랫폼과 최종 귀속사업장이 달라진 사례도 파악되지 않는다.
공통관리번호를 무조건 확대하는 방식 역시 해법이 아니다. 사고를 공통번호로 처리하면 라이더 보상은 빨라질 수 있지만 개별 플랫폼 안전관리 책임과 사고원인을 가리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플랫폼 귀속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앱 기록과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동안 보상이 늦어질 위험이 있다.
결국 복수 앱 접속과 콜 수락, 픽업·배달상태, 이동경로 등을 확인하는 표준조사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정 플랫폼에 귀속할 때와 공통관리번호를 적용할 때를 구분하는 세부기준도 정립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속성 폐지로 산재보험 문은 넓어졌지만 사고귀속 기준은 여전히 단일사업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어느 플랫폼에서 일하다 다쳤든 보상은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되 사고원인과 플랫폼 책임은 별도절차에서 정확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