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00만원 빌려 1950만원 갚는 사회…불법사금융은 누구의 책임인가

[기자수첩] 900만원 빌려 1950만원 갚는 사회…불법사금융은 누구의 책임인가

1000만원 차용에 10% 선공제, 하루 30만원씩 65일…실수령액 기준 단순 연환산 약 655%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난 소상공인 노리는 초고금리…평택시 관리·감독 실효성 점검 필요
정부·국회 불법사금융 근절 드라이브…법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집행력’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1000만원을 빌렸지만 손에 들어온 돈은 900만원이다. 그런데 65일 동안 갚아야 할 돈은 1950만원이다. 상식적인 금융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숫자다.

평택지역에서 취재 과정에 접한 불법사금융 의심 사례다. 제보에 따르면 대출 명목금액 1000만원 가운데 10%인 100만원을 이른바 ‘수수료’로 먼저 공제하고 900만원을 지급한 뒤 하루 30만원씩 65일간 상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계산은 간단하다. 30만원을 65일 동안 갚으면 1950만원이다. 실제 받은 900만원과 비교하면 65일 동안 1050만원을 추가로 부담한다.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단순 연환산하면 약 655% 수준이다.

문제는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이다.

불법사금융은 대개 돈이 넉넉한 사람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 당장 직원 급여와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 하루의 현금 흐름이 막히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소상공인이 주요 표적이 되기 쉽다.

하루 30만원이면 한 달 30일 기준 900만원이다. 가게에서 번 돈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재료비, 공과금, 세금을 내고 다시 매일 3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영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오늘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내일의 빚을 끌어오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사채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사채를 쓰는 순간부터 빚은 단순한 금융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다.

소상공인의 피눈물이 누군가에게는 고금리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물론 구체적인 거래가 불법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내용과 실제 거래관계, 대부행위의 반복·계속성 등을 수사기관과 관계당국이 확인해야 한다. ‘수수료’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성격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금전대차의 대가로 지급된 돈이라면 실질에 따라 이자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반복적으로 다수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았다면 단순한 개인 간 금전거래인지, 등록 없이 사실상 대부업을 영위한 것인지 역시 따져봐야 한다.

여기서 행정의 역할이 등장한다.

평택시는 관내 등록 대부업체를 관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미등록 대부업 의심 행위와 불법 고금리 피해가 실제 발생하고 있다는 신고나 구체적인 제보가 접수됐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경찰·금융당국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역에서 불법사금융 사례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평택시가 이를 ‘방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불법사금융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이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개인 간 금전거래를 사전에 파악하는 데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비난보다 숫자다.

최근 3년간 평택시에 접수된 미등록 대부업 및 불법 고금리 관련 신고는 몇 건인지, 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현장점검은 얼마나 실시했는지, 위법행위를 몇 건 적발했는지, 미등록 대부업 의심 사례 가운데 경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거나 수사의뢰한 사례는 얼마나 되는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행정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이러한 객관적인 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부의 방향은 분명하다. 불법사금융을 금융취약계층의 삶을 무너뜨리는 민생범죄로 보고 제도적 대응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불법사금융 근절과 서민 금융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평택시 을 지역구로 둔 김현정 국회의원도 미등록 대부업과 불법 고금리로부터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입법에 나선 바 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국회가 법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법을 만들어도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으면 피해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불법사금융 정책의 성패는 정부청사나 국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 매출에서 사채를 갚아야 하는 골목의 식당과 작은 가게, 영세 사업장의 현실에서 판가름 난다.

그런 점에서 평택시 역시 질문에 답해야 한다.

관내 미등록 대부업의 실태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 신고가 들어왔을 때 어떤 절차로 조사하고 있는가 경찰과 금융당국의 협조체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 어디에 신고하고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충분히 알리고 있는가

불법사금융은 단순히 ‘나쁜 이자’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절박함을 돈으로 바꾸는 시장이다.

그래서 단속만큼 예방도 중요하다. 소상공인이 사채를 찾기 전에 정책금융과 채무조정, 금융상담 등 합법적인 지원체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1000만원이 필요했던 사람에게 실제 지급된 돈은 900만원이었다. 65일 뒤까지 갚아야 하는 돈은 1950만원이었다.

이 숫자가 사실이라면 관계기관이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이런 돈을 빌려주고 있는가. 피해자는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행정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가 불법사금융 근절을 선언하고 국회가 법을 강화하는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구호가 아니다.

법과 정책이 평택의 골목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현장의 집행력이다.

소상공인의 절박함이 불법사금융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불법사금융 근절 정책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시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이 답해야 할 책무다.

/평택=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