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결과 앞두고 시범운영 서두르는 포항 형산강마리나…곳곳에 '물음표'

감사 결과 앞두고 시범운영 서두르는 포항 형산강마리나…곳곳에 '물음표'

8억4천만원 사무동 설치 후 다시 이전 추진…인허가·설계 적정성 논란
선석 재조정·대형 보트 진입로·항주파 문제까지…"운영보다 검증이 먼저"

[아이뉴스24 정훈 기자] 포항 형산강마리나가 시설과 운영을 둘러싼 각종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시범운영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허가 없이 조성된 사무동에 8억4000만원을 투입한 뒤 다시 육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되는가 하면, 당초 계획과 달라진 선석 조정과 항주파 대책, 대형 모터보트의 육상 진입 여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준공 이후 2년 넘게 정상 운영하지 못했던 시설을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시범운영하려는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형산강마리나 사무동이 허가 없이 설치된 뒤 육지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정 훈 기자]

◆8억4천만원 들인 사무동, 설치하고 다시 옮긴다

형산강마리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부터 시설 적정성과 운영 방안을 둘러싼 각종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리나 사무동이다.

해당 사무동은 당초 허가 없이 설치됐으며 시설 조성에 8억4000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는 이 시설을 다시 육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시설을 다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사업 초기 인허가 절차와 입지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부터 관련 인허가와 시설 위치를 면밀하게 검토했다면 추가 이전에 따른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피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선석 배치 역시 논란거리다.

당초 형산강마리나는 해상 60선석과 육상 14선석 규모로 계획됐지만 현재 기존 계획과 다른 선석 조정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선석 수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이용할 선박의 크기와 운항 특성, 선박 간 간격과 계류 안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당초 배치 자체가 현실적인 계획이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형산강마리나 진입로. 대형 모터보트 운송용 트레일러의 회전반경과 진입 여건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정 훈 기자]

◆10~15m급 보트 받는다면서…"트레일러 진입은 가능할까"

육상 진입 여건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형산강마리나는 10~15m급 모터보트 등의 이용을 염두에 둔 시설로 알려졌지만 마리나로 이어지는 도로의 폭과 구조가 대형 선박을 실은 트레일러가 실제 진입하기에 적합한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m급 이상 모터보트를 육상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선박 크기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선박을 싣는 트레일러와 이를 견인하는 차량까지 포함한 전체 길이와 폭, 진입각도와 회전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진입로와 회전 공간 등이 이 같은 대형 모터보트 운송 조건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배를 계류할 시설은 만들어 놓고 정작 주요 이용 대상인 대형 모터보트의 육상 진·출입이 원활하지 않다면 사업 계획 단계에서 실제 이용 환경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시범운영에 앞서 실제 대상 선박과 트레일러를 투입한 진입·회차 시험 등을 통해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랑에 움직임을 보이는 형산강마리나 계류시설. 항주파 등에 대비한 시설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정 훈 기자]

◆항주파에 시설 파손까지…안전성 검증 도마

안전 문제도 남아 있다.

특히 형산강을 운항하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항주파'가 계류시설과 정박 선박에 미치는 영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항주파는 운항하는 선박이 만들어내는 파랑으로, 규모와 속도에 따라 계류시설은 물론 정박 중인 선박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형산강마리나에서는 항주파 등의 영향으로 시설 파손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설계 단계에서 주변 선박 운항에 따른 파랑을 충분히 예측했는지, 이에 적합한 계류시설이 설치됐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마리나는 단순히 배를 묶어 두는 시설이 아니다. 선박 입·출항과 주변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랑, 계류 선박 간 충돌 가능성, 계류시설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실제 운영에 들어가면 선박 입·출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설 파손 사례가 발생했다면 단순한 우려 차원을 넘어 항주파가 계류시설과 선박 안전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필요한 보강 대책을 마련한 뒤 운영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형산강마리나 선석 배치도. [사진=정 훈 기자]

◆2년 넘게 미뤘는데…감사 결과 한 달 앞두고 왜 지금?

가장 큰 의문은 시범운영을 추진하는 시점이다.

형산강마리나는 준공 이후 2년 넘게 정상적인 운영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포항시가 시범운영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과정이나 시설 조성, 예산 집행 등에 추가적인 지적이나 보완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2년 넘게 정상 운영하지 못한 시설이라면 남은 한두 달 동안 감사 결과를 기다린 뒤 지적사항과 현재 드러난 시설 문제를 함께 보완하고 운영에 들어가는 것이 행정적으로 더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무동 이전과 선석 조정, 항주파 대책, 대형 모터보트 진입 여건 등 핵심적인 문제들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시범운영부터 시작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포항시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산강마리나는 포항의 해양레저 활성화와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그만큼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돼 지역의 새로운 해양관광 기반시설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공공시설인 만큼 운영 시기를 앞당기는 것보다 시설의 적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사업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계획을 변경하고, 이미 설치한 시설을 다시 이전하거나 선석 배치를 조정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에 따른 비용은 결국 시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잔잔한 날에도 파도가 넘어올듯 하다 [사진=정 훈 기자]

포항시는 시범운영에 앞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운영을 서두르는 이유 △8억4000만원을 투입한 사무동을 다시 이전해야 하는 경위와 추가 비용 △선석 조정의 구체적인 근거 △10~15m급 선박과 트레일러의 실제 진·출입 가능 여부 △항주파 영향에 대한 검증 결과와 안전대책 등을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형산강마리나의 성패는 시범운영을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준공 이후 2년 넘게 정상 운영하지 못한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검증'이다. 제기된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지 않은 채 운영부터 시작할 경우 또 다른 시설 보완과 예산 투입, 안전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포항시가 왜 지금 시범운영을 서두르는지, 그리고 현재까지 제기된 문제에 대해 어떤 검증과 보완책을 마련했는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요구되고 있다.

/대구=정훈 기자(tren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