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배달 플랫폼이 건설사를 제치고 산업재해 승인건수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가장 위험한 일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복수 앱을 동시에 이용하는 라이더 업무특성을 고려할 때 사고를 특정 플랫폼에 귀속하기 어렵다. 단순 산재 승인건수만으로 플랫폼별 안전수준을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발생 시점과 장소, 원인을 정확히 집계하는 통계조차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산재 승인 1위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제도의 허점과 통계 공백을 짚어본다.

배달 라이더 산업재해가 매년 수천건씩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사고를 당했는지 파악할 방법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플랫폼별 산재 승인건수는 매년 집계하는 반면 사고원인과 당시 배달환경 등을 분석할 데이터는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서다.
28일 배달업계와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라이더 사고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국가 통계는 사실상 부재하다. 라이더가 사고를 당하면 경찰청에서는 교통사고로 근로복지공단에선 산재로 각각 분류해 통계에 집계한다. 그러나 그 사고가 어느 플랫폼 배달 중에 발생했는지 어떤 유형의 사고였는지 별도로 분류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청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은 이륜차 교통사고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해자 기준으로만 파악한다. 이륜차가 피해자인 사고는 전체 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집계된 이륜차 가해 교통사고 1만2092건 가운데 실제 라이더가 몇 명이었는지, 사고 당시 배달 중이었는지 아니면 출퇴근이나 개인적인 이동 중이었는지 등은 공개 통계로 가려낼 수 없다. 어느 플랫폼 배달을 수행하고 있었는지도 마찬가지다.
근로복지공단이 공개하는 산재 승인 데이터(업무상 사고 승인 상세정보)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무상 사고로 승인된 산재건수와 업종, 재해유형 등은 확인할 수 있지만 배달 라이더 사고의 구체적인 발생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두 통계만으로 배달 중 발생한 사고의 전체 모습을 그려내기는 어려운 셈이다. 두 기관이 사실상 같은 사고를 기록하면서도 이를 연계해 분석하거나 교차 검증할 수 있는 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러한 통계 공백은 라이더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산재 감소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어떤 요인이 실제 사고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 보여주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가령 심야 배달이 주간보다 사고 위험이 높은지, 폭우·폭설 때 라이더 사고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지역이나 도로 환경에 따라 사고율에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등을 산재 승인 데이터와 연계해 분석하기 어렵다. 배달시간 압박이나 장거리 배달 등 실제 업무 환경이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업체가 시행하는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쉽지 않다. 특정 플랫폼의 산재 승인 건수가 전년보다 줄더라도 그것이 안전교육이나 안전장비 지원의 효과인지, 단순히 기상 여건이 좋았던 결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업계와 학계는 우선 라이더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산재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고정된 사업장이나 근무시간이 없고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도 흔한 만큼 업무상 재해의 범위와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메뉴얼을 보다 세밀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메뉴얼 수립 후에는 일선에서 산재를 조사·심사하는 담당자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까지 병행해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배달라이더 산재 데이터 자체를 정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과 근로복지공단에 흩어진 사고 정보를 연계하고 별도 실태조사를 병행해 사고 당시 업무 상태와 플랫폼, 시간대, 기상·도로 환경 등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고 다발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예방 정책의 실효성도 검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고 당시 배달 수행 여부와 이동·운행 기록 등 공공 통계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산재 조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것은 물론, 축적된 데이터를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산재 승인 건수를 기준으로 기업을 줄 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라이더 사고를 실제로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