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풀자는데…'상생안'은 또 다른 갈등

대형마트 새벽배송 풀자는데…'상생안'은 또 다른 갈등

정부, 소상공인과 상생안 협의…대형마트 의견 수렴도
1만원 미만 소량판매 제한·10년간 상생기금 요구 등
대형마트 "사업성 떨어져" vs 소상공인 "상권 못 지켜"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가시화하고 있으나 '상생'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상생기금과 판매 제한 등이 과도한 부담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소상공인 단체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지역 상권을 지킬 수 없다고 맞선다. 규제 완화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논의가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대전의 한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환경에 맞춰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며 규제 완화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검토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담은 상생안을 대형마트 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규제 완화의 전제 조건으로 거론되는 상생안을 두고 업계 안팎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가 요구한 상생안은 △상생기금 조성 △농·축·수산물 소량 판매 제한 △소상공인 도매가 구매 지원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농·축·수산물 단일 품목의 소량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이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의 농·축·수산물 단일 품목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시로는 1만원 이하 상품 판매 제한이 거론된다.

대형마트 업계는 이 같은 방안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새벽배송은 필요한 상품을 소량으로 구매하려는 소비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했는데 2000~3000원 수준의 두부나 채소 등을 여러 개 묶어 판매할 경우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상생기금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새벽배송 확대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생안에는 대형마트가 최소 10년간 매년 100억원 이상의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 투자 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 PP센터에서 주문 상품들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면 소상공인 단체들은 상생안만으로는 지역 상권 보호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대형 유통의 새벽배송 확대는 단순한 매출 감소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고용과 소비, 지역 유통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농·축·수산물 소량 판매 제한만으로는 대형 유통업체의 물류·플랫폼 경쟁력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국상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와 관련한 상생안이 마련된 것처럼 일부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협의 당사자인 전통시장·소상공인 측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생방안이 확정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작 대형마트 업계 내부에서는 새벽배송보다 의무휴업 규제 완화가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미 쿠팡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막대한 물류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경쟁 구도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도 비슷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새벽배송 허용의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의무휴업 규제 완화 효과는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의무휴업 시행 이후 대형마트 기존점 성장률은 약 5%포인트 하락했고 업체별 연간 영업이익도 5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일요일 매출이 평일보다 약 1.6배 높은 만큼 의무휴업 완화가 실적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한다고 해서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역에서는 대형마트 매출이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매출 감소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간 대형마트 새벽배송은 별도 물류센터에서 배송되는 것만 가능했다"며 "그 비용이 일반 배송보다 훨씬 크기에 웬만한 규모가 아니면 수익 내기 힘들기 때문에 굳이 확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