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가로수 한 그루가 도시의 첫인상을 만들고, 한여름에는 시민에게 그늘을 내어주며, 때로는 미세먼지와 도로의 열기를 막아주는 생활 속 녹색 인프라가 된다.
경북 경주와 포항이 이 같은 ‘길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경상북도는 산림청이 주관한 ‘2026년 가로수 조성·관리 우수사례’ 평가에서 경주시와 포항시가 각각 전국 3위와 4위를 기록해 나란히 장려상을 수상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국 최종 우수사례 5곳 가운데 2곳을 경북이 차지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수상을 넘어 경북의 도시녹지 조성·관리 경쟁력을 보여준 성과라는 평가다.
이번 평가는 우수한 가로수 조성·관리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국 지자체가 제출한 19건을 대상으로 전문가 심사를 거쳐 8곳을 최종 후보로 압축한 뒤 국민투표를 통해 대상 1곳, 우수상 1곳, 장려상 3곳 등 최종 5곳을 선정했다.
경북에서는 경주와 포항이 전문가 심사를 동시에 통과한 데 이어 국민 선택에서도 모두 5위 안에 들었다.
최종 투표 결과 제주 서귀포시가 976표(22.29%)로 대상을 차지했고 충북 청주시가 902표(20.60%)로 우수상에 선정됐다.
이어 경주시가 779표(17.79%)로 3위, 포항시가 690표(15.76%)로 4위를 차지했고 세종시가 450표(10.28%)로 뒤를 이었다.
경주, APEC의 길에 ‘과학’을 심었다
경주의 수상 사례는 ‘APEC을 빛낸 글로벌 가로경관, DNA 과학과 협업으로 완성도를 더하다’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주요 관문과 도심 곳곳에 사계절 꽃길과 꽃탑, 입체형 녹지를 조성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정원처럼 연결되는 통일감 있는 가로경관을 구축했다.
세계 각국 정상과 방문객을 맞는 국제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동시에 행사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녹지공간을 남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DNA’였다.
경주시는 은행나무 DNA 유전자 검사를 활용해 열매가 맺히지 않는 수나무를 선별해 식재하는 과학적 관리방식을 도입했다.
가을이면 반복되는 은행 열매 악취와 낙과로 인한 보행 불편을 열매가 떨어진 뒤 처리하는 사후관리 방식이 아니라 아예 나무를 심는 단계에서부터 줄이겠다는 접근이다.
도시미관과 시민 불편이라는 두 문제를 과학기술을 활용해 동시에 해결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항은 ‘포스코대로 보행자 중심거리 조성’으로 전국 4위에 올랐다.
핵심은 기존 도로변에 한 줄로 늘어서 있던 가로수를 단순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행자를 위한 ‘입체적인 숲’으로 바꾼 것이다.
기존 1열 가로수 생육공간을 띠녹지 형태로 확대하고 교목과 아교목, 관목, 초화류 등을 3열 다층구조로 식재했다.
높이가 다른 식물들이 층층이 자리 잡으면서 도로와 보행공간 사이에는 하나의 녹색 완충지대가 만들어졌다.
이는 경관 개선 이상의 효과를 낸다.
다층식재를 통해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소음, 뜨거운 열기를 줄이고 수관과 하층 식생을 활용해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효과까지 고려했다.
보행환경도 함께 손봤다.
불법 주정차와 노후 보도블록 등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던 요소를 정비하고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분리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모두가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차가 잘 다니는 도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이 걷고 싶은 거리’로 포스코대로의 공간 개념을 바꾼 셈이다.

경주와 포항의 사례는 서로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가로수를 도시 장식물로 바라보지 않고 시민의 보행권과 기후 대응, 도시경관을 함께 책임지는 생활 인프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경주가 DNA 분석을 활용해 시민 불편을 식재 단계부터 예방했다면 포항은 다층형 가로숲을 통해 미세먼지와 폭염, 보행안전을 동시에 풀어냈다.
최순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경주와 포항이 전국 가로수 우수사례 공모에서 나란히 장려상을 수상한 것은 경북의 우수한 가로수 조성·관리 역량을 전국에 알리는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람 중심의 가로환경 조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체계적인 관리로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녹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