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에서 추진하는 통합제련소 사업을 둘러싸고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영풍 석포제련소의 인력과 운영 시스템 등을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메일과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공방의 핵심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인력과 운영 시스템을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에 활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영풍·MBK 측은 미국 현지 관계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석포제련소의 운영 경험과 인력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에서는 석포제련소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공정 및 생산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 미국 통합제련소에 석포제련소의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포제련소는 아연과 황산 생산을 중심으로 일부 전기동과 은 등을 생산하는 구조다. 반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아연·연·동 공정을 연계해 금·은을 비롯해 인듐·안티모니·비스무트 등 다양한 희소·전략금속까지 회수하는 통합제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공정에서 발생하는 중간물과 부산물을 다른 공정의 원료로 활용해 원료에 포함된 유가금속의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같은 차이는 최근 실적에서도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영풍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15억원으로, 1분기 433억원에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장 가동률도 57.23%에서 51.7%로 떨어졌다.
반면 고려아연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약 6조3730억원, 영업이익 약 58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6.6%, 영업이익은 126.8%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금속을 동시에 회수하는 고려아연의 사업 구조가 실적 방어력과 수익성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 역시 단순한 아연제련소가 아닌 다금속 통합제련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에서 아연·연·동을 비롯해 금·은과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 핵심광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반도체용 황산 생산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핵심 경쟁력이 단순한 제련 경험이 아니라 여러 비철금속과 핵심광물을 하나의 통합공정에서 분리·회수하는 기술력에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고려아연 역시 미국 제련소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온산제련소의 핵심 기술인력을 현지에 투입할 계획이다.
결국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성격은 미국에 아연제련소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연·연·동 공정을 연계해 귀금속과 전략광물까지 동시에 회수하는 복합 제련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계에서 석포제련소의 기술과 운영인력 등을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지원하는 데 활용한다는 구상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 문제도 또 다른 쟁점이다. 영풍 측은 최근 석포제련소가 지난 10년간 친환경 설비와 혁신 기술에 투자해 과거의 환경 문제를 극복한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석포제련소는 환경 관련 행정처분과 사법 판단을 받은 전력이 있다.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대법원 확정판결로 지난해 2월26일부터 4월24일까지 조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한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11일 장형진 영풍 고문과 관련해 제기된 환경범죄단속법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결정,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넘어갔다. 이번 재수사의 핵심은 장 고문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영풍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가 요구하는 핵심은 단순한 아연 생산 경험이 아니라 여러 비철금속과 전략광물을 하나의 통합공정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온산제련소와 석포제련소의 기술적 차이나 생산 구조의 차이 등을 고려하면 석포의 운영 시스템을 미국 통합제련소에 적용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