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호카 국내 총판 대표의 폭행 사건이 스포츠 패션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계약 해지와 국제중재로 이어진 분쟁 끝에 이랜드가 새 총판으로 선정되면서 뉴발란스에 이은 스포츠 사업의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했다.

이랜드그룹은 호카의 글로벌 본사인 데커스가 자사를 호카의 새로운 국내 총판으로 공식 선임했다고 20일 밝혔다.
데커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내 호카 브랜드의 새로운 총판으로 이랜드를 선정하게 됐음을 공식 발표한다"며 "이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카가 한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총판 교체 논의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폭행 사건이었다. 당시 호카 국내 총판을 맡던 조이웍스의 조성환 전 대표는 서울 성동구의 한 건물에서 관계업체 대표와 직원 등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뒤 지난 2월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조 전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폭행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호카 사업권 문제로 번졌다. 논란은 소비자 불매 움직임으로 확산했고 데커스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 무관용 원칙을 들어 조이웍스에 총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2018년부터 호카를 국내에 유통해 온 조이웍스는 핵심 사업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조이웍스는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미국중재협회 산하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 중재를 신청했다. 데커스가 새로운 국내 유통사를 선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긴급조치도 요청했다.
ICDR은 지난 4월 신규 한국 유통사 선임 활동을 금지하는 취지의 1차 긴급명령을 내렸다. 데커스가 재심을 요청했지만 지난 6월에도 조이웍스의 국내 사업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취지의 2차 긴급명령이 내려졌다.
다만 해당 명령은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확정한 본안 판정이 아니라 분쟁 기간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임시 조치였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호카 국내 판권을 탈취하기 위한 기획된 언론플레이이자 폭행 유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데커스는 국내 총판 변경을 택했다.
이랜드에는 호카가 단순한 신규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랜드는 2008년부터 국내 사업을 전개한 뉴발란스를 연매출 1조원대 브랜드로 키웠다. 그러나 뉴발란스 본사가 내년 1월부터 한국법인을 직접 운영하기로 하면서 이랜드도 스포츠 사업의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넓힐 필요성이 커졌다.
이랜드와 뉴발란스의 관계가 당장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양사는 라이선스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했고 한국법인 출범 이후에도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본사가 국내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만큼 이랜드로서는 뉴발란스에 이은 성장축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호카는 뉴발란스에 더해 이랜드의 스포츠 사업을 이끌 새로운 성장축으로 꼽힌다. 국내 러닝 시장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몸집을 키운 브랜드라는 점에서다. 이랜드가 뉴발란스를 운영하며 축적한 스포츠 브랜드 육성 경험과 유통 역량을 호카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관건은 기존 총판과의 분쟁을 정리하고 사업 전환 일정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랜드는 "세부 사항과 향후 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