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하반기 정기국회와 차기 총선 준비를 앞둔 국민의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여당의 잇단 정책 논란에도 장동혁 대표 체제의 지지율이 여당과의 두 자릿수 격차를 좁히지 못하자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리더십 교체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당내 접촉면을 넓히며 수습에 나선 반면, 장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논의하는 중진들에게 날을 세우고 있어 지도부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점식, 박 전 대통령 매개로 보수층 결집 시도
정 원내대표는 19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자리라는 게 정 원내대표 측 설명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보수가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게 오는 27~28일 열리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당이 나아갈 방향에 관해 조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참석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표면적으로 '지방선거 지원에 대한 감사'를 방문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일정이 전격적으로 잡힌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선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장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보수 진영의 구심력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매개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연찬회 참석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어게인'세력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박 전 대통령을 통해 보수 정통성을 강화하고 당내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행보라는 평가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전날 페이스북에 정 원내대표의 박 전 대통령 예방 일정을 소개하면서 "내용 있는 혁신 경쟁만이 당이 살길"이라며 "민생과 직결되고 보수 재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어떤 일정도 수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원내, 장 대표 '올공 투쟁' 장기화에 위기감
정 원내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내 현안에 대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원내대표 경선 때만 해도 '통합의 리더십'을 내걸었던 그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원내에서 꾸준히 제기된 '장동혁 사퇴론'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장 대표 거취 문제와 관련해 "오래 끌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직접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정 원내대표가 장 대표의 강경 노선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또 다른 당내 분란을 막기 위해 장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장 대표가 여름 내내 '올공 장외집회' 등을 이어가며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취임 이후 '보수 재건'을 강조해 온 정 원내대표로서도 당 지지율 정체와 내홍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장 대표가 비당권파인 조경태·진종오·권영진·서범수 의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현직 당협위원장 전원을 재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최근 3선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어지는 중진 의원들의 단체 회동도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싣는 원내 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17일 당내 3선 의원 14명 중 13명이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3선 의원들은 회동에서 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20일에는 4선 의원들이 비공개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들 역시 장 대표 체제와 당의 향후 진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장동혁 중진 직격 "연임 개헌 꿈꾸는 대통령과 골프 치고…"
장 대표도 이런 당내 분위기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유튜브 채널 '펜앤마이크'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 "총선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중진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맞서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우리 의원들은 줄줄이 기소되고 있다"며 "그런데 본인의 임기 연장을 위해 연임 개헌을 꿈꾸는 대통령과 골프를 치고, 국민들의 삶은 타들어 가고 무너지는데 모여서 한다는 이야기가 매일 '당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 '장동혁으로는 총선에서 진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총선에서 이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중진들이 희생해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젊은 인재들에게 길을 터준다면 다음 총선에서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중진들을 공격했다.
당 내 갈등의 수위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 문제가 단기간에 출구를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다음 주 열리는 정기국회 대비 연찬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있다.
특히 정 원내대표의 초청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연찬회 참석을 결정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가 향후 국민의힘 권력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이다.
이와 함께 조경태·진종오·권영진·서범수 의원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이 연찬회 전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목된다. 징계 수위에 따라 비당권파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에 연찬회가 당초 취지대로 화합의 장이 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장기간 이어진 당내 갈등과 혼란은 대여 투쟁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는 이미 오래다. 정부·여당을 둘러싼 각종 정책 논란에도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배경에도 지도부 리더십과 노선 혼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당 내 목소리도 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여당 실정의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현재 국민의힘의 모습"이라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노선 문제를 포함한 장 대표 체제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