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취업문 뚫자"…고교생부터 취준생까지 '구직 열기'

"금융권 취업문 뚫자"…고교생부터 취준생까지 '구직 열기'

[아이뉴스24 이도훈 기자] “채용 자체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일부 은행이 상반기에 채용을 하지 않는 걸 보면서 더 체감하고 있습니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강지원 씨의 얼굴에는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며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게 된 강씨는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처우 등에 매력을 느껴 은행원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좁아지는 채용문을 바라보는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도훈 기자]

강씨처럼 금융권 취업문을 두드리는 청년들로 DDP는 북적였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현장면접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부터 친구들과 삼삼오오 부스를 둘러보는 대학생, 금융권 진출을 꿈꾸는 특성화고 학생들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금융회사 부스를 오가며 채용 담당자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현장면접에 참여하는 등 취업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 박람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개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은행 15곳과 증권사 9곳을 비롯해 보험·카드·캐피탈·금융공기업 등이 부스를 마련하면서 구직자들은 자신의 희망 업권과 직무에 따라 행사장을 오갔다.

참가자들의 발길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박람회 운영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첫날에는 1만71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올해는 이날 오후 기준 지난해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두 번째로 박람회를 찾았다는 박현수 씨도 달라진 행사 분위기를 체감했다. 증권사 취업을 준비 중인 박씨는 “지난번보다 행사장이 더 넓어졌고 부스도 다양해졌다”며 “참여 기업도 이전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펙 높아지고 채용 줄어”

현장에서 만난 취준생들의 관심은 은행과 증권사에 주로 쏠렸다. 하지만 준비 단계와 목표에 따라 이들이 느끼는 취업의 문턱은 제각각이었다.

증권사 취업을 준비 중인 유승의 씨는 높은 경쟁률과 상향 평준화된 지원자들의 스펙을 부담으로 꼽았다. 유씨는 “지원자가 너무 많고 스펙도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 같다”며 “필기시험도 유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변수가 많고 준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지윤 씨는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으며 “업무 경험을 할 수 있는 인턴 채용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취업 준비를 막 시작한 이들에게는 진로와 준비 방향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대학생 오성안 씨는 공인회계사(CPA) 시험 준비와 투자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금융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증권사 취업을 희망하는 오씨는 “처음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단계별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공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장정윤 씨도 아직 특정 업권을 정하지 않은 채 금융권 전반을 살펴보고 있었다. 상경계열을 전공하고 CPA 시험을 준비했던 장씨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곳은 없다”며 “여러 금융회사를 둘러보면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박람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금융권으로 진로를 정한 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금융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전원경 양과 김예은 양은 중학생 때부터 금융 분야에 관심을 갖고 증권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양은 “공부나 필기시험, 자격증 준비 등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김양은 “고졸 채용 기회를 더 많이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은행 부스를 찾아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이도훈 기자]

면접 우수자, 서류전형 면제

구직자들의 관심이 이어진 금융사 부스에서는 실제 채용 기준과 준비 방법을 묻는 상담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금융사 채용담당자들은 지원자의 잠재력과 주도성, 조직 적응력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꼽았다.

하나은행은 이번 박람회 현장면접 합격자에게는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채용담당자는 “지원 동기와 입행 후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와 자기 성장에 대한 내적인 동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는 주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주목했다. 토스뱅크 채용담당자는 “누군가 시켜서 일하기보다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조직”이라며 “주도적으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 나가는 역량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증권사 부스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찾으려는 취준생들의 상담도 이어졌다. 대신증권은 이번 박람회에서 인성검사를 통해 구직자에게 적합한 직무를 안내했다. 대신증권 인사담당자는 “지식이나 경력도 중요하지만 입사 후에는 새로운 업무를 계속 습득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성실한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도훈 기자]

금융위원회는 청년들의 금융권 취업 기회를 넓히기 위해 내년부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를 기존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한다. 이 가운데 한 차례는 지역 청년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비수도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도훈 기자(ldh1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