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디 한 잔 3만원인데 줄선다"…LA 사로잡은 '웰니스 소비' [현장]

"스무디 한 잔 3만원인데 줄선다"…LA 사로잡은 '웰니스 소비' [현장]

유기농·논GMO·기능성 원료 앞세워…일반 식료품점보다 높은 가격대
21달러 스무디 주문 행렬…셀럽 협업·SNS 타고 '핫플'로
식품 넘어 의류·굿즈까지…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로 확장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고가 브랜드가 즐비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유독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있었다. 명품 매장들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과 달리 한 식료품점에는 장을 보거나 스무디를 주문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식료품점 중 하나로 꼽히는 프리미엄 유기농 마켓 '에러혼(Erewhon)'이다.

에러혼 베벌리힐스점.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찾은 에러혼 베벌리힐스점은 입구부터 분주했다. 스무디를 주문하는 키오스크 앞에는 고객들이 몰려 있었고 매장 밖 테이블도 대부분 자리가 차 있었다.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야외 좌석 이용을 30분으로 제한한다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실제 현지 매체에도 베벌리힐스점은 스무디바의 인파가 출입구까지 이어지고 야외 좌석을 구하기 어려운 곳으로 소개된다.

에러혼은 일반적인 장보기 공간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매대에는 과자와 음료, 육가공품뿐 아니라 화장품과 각종 영양제까지 건강과 자기관리를 강조한 상품이 빼곡했다. 제품 포장에는 '오가닉(Organic)', '논GMO(Non-GMO)', '글루텐 프리(Gluten-Free)', '플랜트 베이스드(Plant-Based)'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에러혼 베벌리힐스점에 아보카도 오일과 논GMO를 앞세운 고구마칩이 진열돼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고구마칩은 아보카도 오일을 사용했다는 점을 앞세웠고 일부 소시지에는 논GMO 인증을 강조했다. 식물성 베이컨과 초리조, 글루텐 프리 제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류 코너에는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 불검출을 내세운 맥주도 진열돼 있었다.

에러혼 베벌리힐스점 신선식품 코너에 유기농 채소가 진열돼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신선식품 코너에서도 채소 포장마다 유기농 표시가 강조돼 있었고 과일과 채소는 먹음직스러운 상태로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과일을 얹은 오트밀과 요거트, 유기농 식재료를 활용한 즉석 조리식품도 판매했다.

에러혼은 유기농을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유기농·무농약 농산물과 논GMO 식품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축산물은 동물복지 기준, 수산물은 지속가능한 조달 여부까지 따진다. 이처럼 원재료와 생산 방식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제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 제품도 눈에 띄었다. 차 코너에는 국내 차 브랜드 오설록의 찬물 녹차 제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에러혼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스킨 스무디'. [사진=구서윤 기자]

에러혼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대표 상품은 스무디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스킨 스무디'였다. 가격은 한 잔에 21달러. 한화로 약 3만원에 이르는 가격이지만 주문대 앞에는 스무디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이어졌다.

재료 구성은 일반적인 과일 스무디와 달랐다. 아몬드밀크에 딸기, 바나나, 아보카도, 대추야자, 메이플시럽을 넣고 콜라겐과 씨모스, 히알루론산 등을 더했다. 이른바 '이너뷰티'에서 자주 언급되는 원료를 음료 한 잔에 담은 셈이다.

직접 맛본 스무디에서는 딸기 맛이 가장 진하게 느껴졌고 예상보다 단맛도 강했다. 3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생각하면 일상적으로 마시기에는 부담스럽지만, 'LA에 왔으니 한 번쯤 먹어보자'는 경험 소비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에러혼은 식료품뿐 아니라 로고가 새겨진 후드티와 모자, 에코백 등 자체 굿즈도 판매한다. 유명인의 스무디를 마시고 에러혼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든 모습을 SNS에 공유하는 것까지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이어진다.

에러혼 베벌리힐스점에 음료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높은 가격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건강한 식품이라 가격을 납득할 수 있다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도 뒤따른다. 하지만 '21달러짜리 스무디가 대체 어떤 맛이길래'라는 궁금증 자체가 다시 에러혼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에러혼의 인기는 LA에서 건강과 자기관리에 대한 소비가 프리미엄 식품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기농·기능성 식품과 셀럽 협업 제품을 찾는 수요가 이어지면서 웰니스가 주요 소비 카테고리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는 건강과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단순 식품 선택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확장되고 있다"며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유기농이나 기능성 원료, 브랜드 스토리 등을 중시하는 소비층이 뚜렷해지면서 웰니스 상품의 프리미엄화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