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TK(대구·경북)정치권을 바라보면서 요즘 자꾸만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TK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지역에 현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은 국회의 문턱에서 멈춰 있고, TK통합신공항은 재원 문제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다. 경북 구미는 반도체 신규 팹 유치를 요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법관의 경력을 둘러싸고 ‘지역 향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하나같이 지역의 미래와 자존심에 직결된 사안이다.

그런데 정작 국회에서 들리는 TK 정치권의 목소리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그 침묵을 깨고 19일 국회 소통관에 선 사람이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병)이었다.
권 의원은 이날 이재명 정부를 향해 “특정 지역에 대한 편중과 대구·경북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대한 역차별이 도를 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대법관 후보 논란부터 행정통합, 반도체 신규 팹, 광주 군공항과 TK통합신공항 문제까지 한꺼번에 테이블 위에 올렸다.
물론 권 의원의 주장 하나하나에는 정치적 평가가 따를 수 있다. 정부·여당의 반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왜 이런 문제 제기가 ‘TK 정치권의 목소리’가 아니라 ‘권영진 개인의 목소리’처럼 들리느냐는 것이다.
선거 때 그 많던 ‘TK 대표’들은 어디 갔나.
선거철이면 TK에는 지역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넘쳐난다.
“대구를 살리겠다”, “경북의 자존심을 지키겠다”, “중앙정부를 움직이겠다”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정작 중앙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지역의 몫을 확보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목소리는 눈에 띄게 작아진다.
TK 정치권 전체가 늘 침묵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대구·경북 의원들은 행정통합특별법 특례 수용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인선·구자근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윤재옥·강대식·권영진·김기웅·이상휘 의원 등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TK 의원들은 이후 행정통합 찬성으로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은 더욱 아쉽다.
행정통합만 놓고 봐도 TK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논의를 시작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2019년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안에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이 화답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오랜 논의 끝에 선두주자였던 TK가 정작 입법 경쟁에서는 뒤처지는 상황을 경험했다.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도 광주·전남 법안과 TK 법안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적과 선수, 지역구를 넘어 수시로 공동 대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구 의원 따로, 경북 의원 따로 움직일 일이 아니다.
권영진 혼자 외쳐서 해결될 일인가.
권 의원은 이날 아주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서 근무하면 경력이 되고 지방에서 오랫동안 국민을 위해 재판하면 대법관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가 되는 것이냐.”
또 행정통합을 두고는 “같은 행정통합인데 어떤 지역에는 길을 열어주고 어떤 지역에는 문을 닫아놓는 것이 균형발전이냐”고 따졌다.
반도체 신규 팹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용수·인력·전력이라는 객관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광주 군공항 이전에는 정부가 속도를 내면서 TK신공항은 재원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거론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정도 문제 제기라면 최소한 TK 정치권 전체가 토론하고 공동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사안이다.
권영진 의원 한 사람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서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TK에는 다선 의원도 있고 상임위원장 경험자도 있으며 원내 지도부와 국회 주요 보직을 거친 정치인도 적지 않다.
그 정치적 무게는 지역을 위해 사용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지역민이 국회의원에게 원하는 것은 중앙정치 뉴스에 이름 한 줄 더 올리는 것이 아니다.
대구와 경북이 손해를 볼 때 앞장서 따지고, 예산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을 때 싸우고, 산업과 SOC의 기회를 놓칠 때 정부를 움직이는 것. 그것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국회로 보낸 이유다.
‘각자도생 정치’로는 TK 못 지킨다.
TK 정치권의 고질적인 약점 가운데 하나가 현안별 공동전선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역구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각자 움직이다 보니 중앙정부를 상대할 때 협상력이 분산된다.
행정통합도, 신공항도, 첨단산업 유치도 한두 명의 국회의원이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와 경북의 의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경북도와 대구시가 함께 움직이며 필요하다면 여야 지역 정치인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호남이 뭉치고 충청이 움직이고 부산·울산·경남이 공동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TK만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흩어진다면 결과는 뻔하다.
정치는 목소리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지만 목소리조차 내지 않는 지역에는 돌아오는 몫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TK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한 명의 투사’가 아니다
권영진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이 그래서 씁쓸하다.
한 의원이 큰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보다 왜 다른 의원들의 목소리는 함께 크게 들리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TK에 필요한 것은 ‘권영진 한 명의 투사’가 아니다.
대구·경북의 이해가 걸린 순간만큼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권 전체의 집단적 힘이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를 찾아가야 한다. 여당 지도부와 담판을 짓고 필요하다면 국회 상임위와 예산심사 과정에서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반대로 정부 정책이 타당하다면 지역민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가장 나쁜 것은 침묵이다.
선거 때만 “TK의 자존심”을 외치는 정치라면 지역민의 마음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권영진 의원이 19일 던진 질문은 결국 이재명 정부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TK 정치권 전체를 향해서도 묻고 있다.
행정통합이 멈춰 서고, 신공항이 흔들리고, 첨단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TK 의원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지역민들이 더 크게 묻기 전에 TK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답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대구·경북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