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영 기자] 전북 남원시가 구 남원역 철거에 착수한 가운데 남원시의회가 철거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결정에 앞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번 입장은 최근 남원시가 "지난 10여 년간 행정절차와 의견수렴을 거쳤고 더 이상 사업을 지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의회가 철거 결정 과정의 '시민 공감대' 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원시의회는 그동안 구 남원역을 단순히 문화재적 가치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만남과 이별, 일상과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라는 역사성과 상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철거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보존과 재활용 등 여러 방안을 시민들과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 같은 입장은 예산 심사에서도 나타났다.
의회는 2025년도 본예산에서 만인공원 조성사업 시설비 11억 4938만 원을 승인했다. 반면 구 남원역 철거 예산은 2024년 12월과 2025년 3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두 차례 삭감했다.
만인공원 조성사업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구 역사 철거에 대해서는 시민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남원시는 2025년 12월 30일 유한회사 에코산업과 3억 6359만 원 규모의 철거공사 계약을 체결한 뒤 최근 공사에 들어갔다.
이에 남원시의회는 지난 17일 철거 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의회는 이 과정에서 공사 추진 상황에 대한 사전 공유 문제도 제기했다. '남원시 부실공사 방지 조례'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는 해당 시의원에게 공사계획을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철거공사와 관련해서는 사전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구 역사 주변 시설물과 바닥·구조물 철거 상황을 살펴보고 시민단체가 제기한 공사 안전과 비산먼지, 소음 등 주변 주민 불편에 대한 우려도 청취했다.

현재 남원시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공청회와 설명회 등 관련 절차와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사업이 더 늦어질 경우 이미 확보한 국비 38억 원과 도비 50억 원 등 88억 원을 반납할 수 있다는 점도 철거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의회는 행정절차를 거쳤다는 것과 시민적 합의가 충분히 형성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사업 추진과 국·도비 반납 방지 역시 중요하지만 한 번 철거하면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실제 철거에 들어가기 전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다시 듣고, 옛 남원역의 역사와 시민들의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남길 것인지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결국 구 남원역을 둘러싼 논쟁은 철거 여부를 넘어 10여 년간 진행된 행정적 의견수렴이 시민적 공감대 형성으로까지 이어졌는지, 또 개발 과정에서 도시의 기억과 장소성을 어떤 방식으로 보존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전북=최영 기자(press140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