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따라 걷는 대구의 밤…100년 골목에 이야기가 다시 흐른다

청사초롱 따라 걷는 대구의 밤…100년 골목에 이야기가 다시 흐른다

대구 중구 ‘근대골목 밤마실’ 야간관광 명물로…골목문화해설사와 역사·공연 한 번에
청라언덕~약령시 200여명 청사초롱 행렬…캐리커처·장구 공연에 여름밤 웃음꽃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해가 지면 대구 중구의 오래된 골목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청라언덕에 어둠이 내려앉고 하나둘 청사초롱에 불이 들어오면 낮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돌계단과 고택, 오래된 골목길마다 100년 전 이야기가 다시 살아난다.

‘근대골목 밤마실’ 투어 전경 [사진=중구청]

한 손에는 청사초롱을 들고, 다른 한쪽 귀로는 골목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대구의 옛이야기를 듣는다.

걷다가 만난 공연에서는 장구 소리에 박수를 치고, 즉석에서 그려진 자신의 캐리커처를 받아든 관광객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진다.

대구 중구(구청장 류규하)가 운영하는 ‘근대골목 밤마실’의 풍경이다.

중구는 지난 15일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한국시민자원봉사회 대구지회 회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청라언덕에서 약령시한의약박물관까지 이어지는 근대골목 밤마실 투어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무더운 여름밤을 밝히는 청사초롱을 손에 들고 삼삼오오 골목길을 걸었다.

곳곳에서는 골목문화해설사들이 대구 근대사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누군가는 걸음을 멈추고 해설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예술 해설사가 그려준 캐리커처 한 장을 받아든 참가자들이 환하게 웃었다.

노랫소리와 장구 가락이 골목에 울려 퍼지자 관광객들의 박수와 웃음도 이어졌다.

오래된 골목은 이날만큼은 과거를 보존해 놓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걷고, 듣고, 웃으며 역사를 만나는 살아있는 무대가 됐다.

근대골목의 밤이 처음부터 이처럼 풍성했던 것은 아니다.

출발점은 꼭 10년 전인 2016년 8월이다.

당시 열린 ‘대구 문화재야행’은 낮에만 둘러보던 문화유산과 문화시설을 밤에도 개방하고 야경과 해설을 결합한 지역 최초의 야간 관광 콘텐츠였다.

‘근대골목 밤마실’ 공연 전경 [사진=중구청]

어둠이 내려앉은 문화유산을 바라보며 해설사의 입을 통해 골목에 숨겨진 사람과 장소의 이야기를 듣는 새로운 관광 방식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프로그램은 ‘근대골목 밤마실’로 진화했다.

단순히 골목을 걸으며 설명을 듣는 투어를 넘어 주요 관광거점별 해설에 공연과 체험을 결합한 복합 문화콘텐츠로 영역을 넓혔다.

특히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우수 로컬100’인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의 대표적인 야간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관광객은 물론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들에게도 대구의 밤을 즐기는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구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갈 계획이다.

근대골목 주요 관광거점을 무대로 삼아 시설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각 장소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공연을 결합한 새로운 복합 문화투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관광객이 단순히 문화유산 앞에서 설명을 듣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공연과 함께 체험하며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대구 중구 근대골목의 강점을 낮에서 밤까지 확장하는 셈이다.

‘근대골목 밤마실’ 체험활동 [사진=중구청]

류규하 중구청장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중구 근대골목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문화·관광 도시로서 우리 구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근대골목 밤마실은 매주 금·토·일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A·B 2개 코스로 운영된다.

A코스는 영남대로를 출발해 약령시한의약박물관과 계산예가, 3·1만세운동길, 동산선교사주택 등 대구의 주요 역사 명소를 둘러본 뒤 서문야시장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B코스는 청라언덕관광센터에서 출발해 주요 역사문화 명소를 도보로 둘러본 뒤 동성로로 이동, ‘동성로 놀장’ 축제까지 즐기는 코스다.

참가 신청은 대구 중구청 문화관광 누리집 또는 전화를 통해 할 수 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