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초등학교 4학년 소년에게 체육교사가 건넨 한마디가 인생을 바꿨다.
그렇게 처음 손에 쥔 포환은 학교 운동장을 넘어 대한민국 기록을 갈아치웠고, 마침내 세계선수권 시상대까지 날아갔다.

경북 학교체육에서 꿈을 키운 포환던지기 박시훈 선수(울산광역시청)가 세계무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경북교육청이 지역 현장에서 구축해 온 육상 꿈나무 발굴·육성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경북교육청(교육감 임종식)은 22개 시군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지역 기반 육상선수 발굴·육성 체계가 국제무대에서 값진 결실을 맺었다고 19일 밝혔다.
박시훈은 지난 6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6 U20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포환던지기 결승에서 20m31을 던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무대에서 거둔 값진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그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구미인덕초등학교 4학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우연히 포환던지기를 시작했다. 한 학생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본 교사의 눈과 그 권유를 자신의 꿈으로 받아들인 소년의 도전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구미인덕중학교와 금오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재능은 기록으로 증명되기 시작했다.
박시훈은 초·중·고교 각급에서 한국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금오고 재학 당시에는 20m21을 기록하며 국내 고등부 선수로는 처음으로 꿈의 ‘20m 벽’을 넘어섰다.
고교 졸업 이후에도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올해 성인용 포환으로 19m10을 기록하며 한국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 5월 열린 제22회 U20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는 20m65를 던져 U20 남자 포환던지기 아시아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불과 석 달 뒤 세계선수권 준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박시훈의 성장 과정에는 선수 개인의 땀과 노력뿐 아니라 ‘재능을 발견하고 놓치지 않는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경북교육청의 설명이다.
경북교육청은 22개 시군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초·중학교 단계부터 육상대회를 운영하고 교육지원청 소속 육상 지도자를 활용해 학생선수 지도와 학교운동부 훈련, 대회 출전 준비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가능성을 지닌 학생을 찾아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전문성과 경기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학교급 연계형 육성 체계’다.
한때의 좋은 기록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선수의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부터 성장 과정 전체를 연결해 주는 구조다.
그 성과는 이미 국내 무대에서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경북 육상은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9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10개 등 총 24개의 메달을 따냈다.
제55회 대회에서는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13개, 동메달 9개 등 총 33개의 메달을 쓸어 담으며 전국 최다 금메달과 최다 메달을 동시에 기록했다.
특히 여자 15세 이하부 4×400m 계주에서는 부별 한국신기록까지 작성하며 경북 학생 육상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제100회부터 제106회까지 18세 이하부 육상 종목에서 5회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학생 육상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박시훈의 세계선수권 은메달은 한 명의 스타 탄생을 넘어 경북이 오랜 시간 구축해 온 학생선수 발굴·육성 체계가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결과로 평가된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 교사의 눈에 발견된 작은 재능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 아시아 기록을 새로 쓰고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올랐다.
그 사이에는 선수의 수없이 많은 땀방울과 함께 재능을 발견한 교사, 곁을 지킨 지도자와 학교, 교육지원청과 지역사회의 손길이 있었다.
결국 박시훈의 은메달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한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오랜 시간 함께 키워낸 ‘교육의 메달’이기도 한 셈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박시훈 선수가 경북 학교체육에서 꿈을 키워 세계무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성과는 선수의 끊임없는 노력과 22개 시군 교육지원청 중심의 발굴·육성 체계, 지도자와 학교, 지역사회의 지원이 함께 이룬 값진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별 육상선수 발굴·육성 체계를 더욱 강화해 학생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체육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한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는 눈, 그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학교, 그리고 더 큰 무대로 이어주는 시스템. 박시훈이 던진 20m31의 포환은 어쩌면 경북 학교체육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얼마나 멀리 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답이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