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사랑은 왜 미안함으로 남는가…하이브리드메탈 밴드 NA103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사랑은 왜 미안함으로 남는가…하이브리드메탈 밴드 NA103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에게는 없던 책임까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날 내가 함께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붙잡았더라면.’ ‘내가 대신 아플 수 있었다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런데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마음은 자꾸만 지나간 순간으로 돌아간다. 왜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미안해하는 것일까.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 [사진=프로듀서 김종현]

19일 발매되는 NA103의 새 싱글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은 NA103이 ‘April Song’(4월의 노래)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발라드 싱글이다.

제목부터 평범하지 않다. ‘보고 싶다’거나 ‘사랑한다’는 말 대신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이별의 이유와 모습은 다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 우리는 종종 비슷한 가정을 반복한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NA103은 이런 미안함을 단순한 죄책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어쩌면 미안함은 잘못의 크기가 아니라 사랑의 깊이를 말하는 또 하나의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사랑은 그 사람을 향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사랑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사랑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갈 곳을 잃은 사랑은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미안해’라는 말로 남는다. 그렇게 본다면 미안함은 갈 곳을 잃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인지도 모른다.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은 죽음의 이유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슬픔을 극복하라고 말하지도, 이제 그만 잊으라고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같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준다.

‘나만 이런 마음으로 살아온 것이 아니었구나.’ 여기서 이 노래가 말하는 위로의 방식도 조금 달라진다. 누군가의 슬픔을 없애주는 것이 위로가 아니라, 그 슬픔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 우리는 누군가가 슬퍼할 때 너무 쉽게 ‘잊으라’거나 ‘이겨내라’고 말해왔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는 해답이 아니라 공감인지도 모른다.

이번 싱글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선택이 있다. NA103은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의 공식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지 않았다. 대신 공식 아티스트 채널에는 음악을 온전히 들을 수 있는 오피셜 오디오 영상으로 곡을 공개한다.

영상이 음악을 소비하는 중요한 방식이 된 시대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음악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고, 음악을 ‘듣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이 익숙해졌다. NA103은 이번 곡에서 그 익숙한 방식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이 노래가 담고 있는 감정에 있다. 노래는 한 곡이지만 그것을 듣는 사람들의 기억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 이 노래 속의 떠난 사람은 가족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연인이나 친구일 수 있다. 같은 가사를 들어도 각자가 떠올리는 얼굴과 장소, 함께했던 시간은 모두 다르다.

그런데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얼굴과 하나의 공간,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때로는 그렇게 주어진 이미지가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어떤 음악에서는 오히려 듣는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의 장면 안에 가둘 수도 있다.

“NA103은 보여주는 이야기가 듣는 사람의 기억과 상상보다 앞서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오피셜 오디오를 통한 음악 공개 자체가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이 뮤직비디오와 별개로, 또는 뮤직비디오 없이 오피셜 오디오와 리릭 비디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의 새로움이 아니라 이번 곡에 어떤 형식이 더 어울리는가에 대한 선택이다.

“보여주는 음악보다 들려주는 음악.” 영상이 만들어놓은 장면을 따라가기보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기억 속의 사람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 NA103이 이번 싱글에서 뮤직비디오 대신 오피셜 오디오를 선택한 이유다.

‘혼자 무섭게 해서 미안’은 떠난 사람에 관한 노래인 동시에 남겨진 사람에 관한 노래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은 떠났는데 사랑은 남아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랑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