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기업 중 동전주 종목들이 비상에 걸렸다. 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에서 동전주 퇴출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약가 인하 방안 시행까지 겹치면서 중소형 기업들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에이비온은 최근 2분기 매출액이 3억원 미만으로 확인되면서 '주된 영업의 정지' 사유에 해당하게 됐다. 이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지난 14일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따라서 이날부터 에이비온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면 거래소가 에이비온에 이를 통보하고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절차에 관한 사항을 안내한다. 반대로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매매거래정지 해제 절차를 밟는다.
에이비온은 동반진단 기반의 항암 치료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동반진단은 개별 환자의 특정 '바이오마커' 보유 여부를 진단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하는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이다.
경영 실적 악화에 주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에이비온은 주식시장 퇴출 수순에 접어들었다. 에이비온의 올해 상반기 총 매출은 7억1000만원 수준이며, 이 중 97.5%인 6억9000만원이 정부 연구 용역 사업 수주액이다. 거래정지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4일 676원에 거래돼 최근 1년 새 최고가 4510원 대비 85.0%(3834원) 폭락했다.
문제는 에이비온처럼 동전주에 속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한국거래소의 동전주 퇴출 방안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하다 점이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이 새로 도입되면서, 한국거래소는 에이비온을 비롯해 CMG제약, 랩지노믹스, 노을, 샤페론 등 제약·바이오 기업이 포함된 관리종목 36개를 지정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CMG제약은 이날 오전 전일 대비 0.3% 하락한 66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2205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70%가량 떨어졌다. 랩지노믹스는 이날 667원 수준에 거래되며, 최근 1년간 최고가인 지난 9월 2545원에서 크게 주저 앉았다. 노을과 샤페론도 각각 476원, 469원에 거래되며 낮은 주가에 머물고 있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주가 관리를 위해 일제히 주식병합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CMG제약은 다음달 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10대 1 주식병합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0주를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1주로 합치는 방식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오는 10월 변경상장된다.
앞서 샤페론은 지난 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5대 1 액면병합 안건을 의결해 오는 9월 변경상장될 예정이다.
노을은 지난달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5대 1 병합을 확정해 다음 달 7일 변경상장된다. 이 밖에 에이비온과 랩지노믹스도 주식병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신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에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되기에 향후 변경 상장 후에도 주가 관리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약가 인하로 중소형 제약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동전주 퇴출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약가 인하 방안이 시행되면 혁신형 제약기업 지정 요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매출액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R&D 투자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흩어져 있던 R&D 자회사를 본사에 흡수합병하면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주로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소형 기업들은 준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이라도 노려야 한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 45%로 인하되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7%로 3년간 방어할 수 있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기업의 주된 수익원은 제네릭으로, 여기서 얻은 수익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구조여서 일부 기업은 아직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될 만큼 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열심히 준비해온 기업들은 혁신형 또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지정을 위해 애쓰고 있어 업계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