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훈 기자]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하정리 324번지 일원. 현장을 찾자 임야와 구거 등으로 이뤄진 토지가 넓게 성토돼 있었다.
자연 상태의 지형은 사라지고 평지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 위에는 100개가 넘는 것으로 보이는 팔레트가 놓여 있었고, 팔레트마다 비료가 적재돼 있었다. 말 그대로 국유지가 거대한 비료 야적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장에는 지게차까지 갖춰져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사업장처럼 국유지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곳이 사유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지역에는 건설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소유 국유지가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이 해당 기관에 토지 임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임대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다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누구의 허락으로 이곳에 성토를 했고, 누구와 협의해 수많은 비료를 가져다 놓았다는 것인가. 비료의 소유자는 경주 소재 한 비료 생산업체로 확인됐다. 업체 대표 역시 해당 토지에 대해 임대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임대계약도 없고 사용허가도 없다면 대규모 비료 적치는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단순히 업체가 누군가와 아무런 협의 없이 다른 지역에 비료를 쌓아둔 것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작지 않다.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차량 출입과 하역 작업도 필요하다. 현장에는 실제 지게차까지 배치돼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곳이 처음 문제가 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25년에도 해당 지역의 비료 적치 문제가 제기됐고, 당시 쌓여 있던 물량은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다시 비료가 쌓이기 시작했다. 한번 정리된 국유지가 다시 같은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장에는 임야와 구거가 포함돼 있다. 구거는 빗물 등이 모여 흐르는 소규모 수로 부지를 말한다. 단순한 빈 땅이 아니다. 자연 상태의 물길을 유지하고 주변의 배수 기능을 담당하는 토지다.
그런 구거와 임야를 성토해 평지로 만들었다면 단순한 물건 적치 문제를 넘어 토지 형질과 배수체계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더구나 국유재산은 개인이나 업체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토지가 아니다.
현행 국유재산법상 사용허가나 대부계약 없이 국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사용하는 경우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이 부과될 수 있다. 시행령은 변상금을 연간 사용료 또는 대부료의 12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국유재산 무단점유에 대한 변상금 부과가 행정기관의 단순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이뤄지는 행위라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그렇다면 관리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문제가 제기됐던 곳에 다시 비료가 쌓일 때까지 관리기관은 현장을 제대로 확인했는가. 국유지에 성토가 이뤄지고 임야와 구거가 사실상 야적장처럼 이용되는 동안 현장 점검은 있었는가. 무단점유 사실이 확인됐다면 변상금 부과와 원상복구 등 필요한 조치는 이뤄졌는가.
무엇보다 누가 이곳을 사용하도록 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업체가 토지 임대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해당 기관 역시 임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면 국유지를 사실상 사용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국유지는 관리기관의 개인 재산이 아니다. 국민의 재산이다.
임야와 구거 역시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마음대로 성토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관리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토지의 원래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면 그 피해는 결국 주변 주민과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한다.
특히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기존 물길과 배수체계가 달라져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해서도 행정기관의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현장 확인이다. 누가 성토했는지. 누가 비료를 가져다 놓았는지. 누구의 허락을 받았는지. 수년간 어떤 방식으로 국유지를 사용했는지. 그리고 관리기관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이 모든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국유지를 누구나 자기 땅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국유재산 관리라는 제도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본지는 해당 국유지의 성토 및 형질변경 과정과 비료 적치 경위, 토지 사용 관계, 관리기관의 현장 점검 및 행정조치 여부를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대구=정훈 기자(tren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