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아 온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60)가 이번에는 산소통을 메고 동해 깊은 바닷속으로 향했다.
노래가 아닌 스쿠버다이빙을 통해서다. 10여 년 경력의 베테랑 다이버인 이은미가 수많은 바다 가운데 매년 다시 찾는 곳은 울릉도다. 그가 표현하는 울릉 바다는 단순히 ‘물이 맑은 바다’가 아니다.
"한반도의 웅장한 기상을 바닷속 한 곳에 응축시켜 놓은 것 같다"는 게 그의 표현이다.

이은미는 지난 5일 울릉 죽도에서 열린 경북문화관광공사 주최 '경북 동해안 수중비경 10+1선' 공개식에서 '경상북도 동해바다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그는 "울릉도 바다를 열렬히 사랑하는 다이버로서 정말 큰 영광"이라며 "매년 일정을 맞춰 열흘에서 보름씩 울릉도를 찾아 다이빙을 즐긴 지 벌써 4년째"라고 말했다.
이어 "울릉 바다는 매혹 그 자체"라며 "한반도의 웅장한 기상을 한 곳에 응축시켜 놓은 듯한 바닷속을 알리는 역할을 맡게 돼 어느 때보다 기쁘다"고 했다.
이번에 공개된 경북 동해안 수중비경에는 포항 호미반도와 경주 문무대왕릉, 울릉 죽도 등 동해안의 대표적인 수중 명소들이 이름을 올렸다.
세계 곳곳에서 다이빙을 경험한 이은미에게도 울릉도 바다는 특별했다.
그는 "바닷속에 들어가면 대륙을 다 품고 있는 듯한 웅장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흔한 암석이 아니라 물속 바위 하나하나에서 한국인의 기상이 느껴진다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울릉도의 잘 보존된 수중 생태계와 지형이 만들어내는 규모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다른 바다는 감히 따라오기 어려운 압도적인 스케일과 확장된 매력이 있습니다."
이은미와 울릉 바다의 첫 인연은 수중 스쿠터로 불리는 DPV(Diver Propulsion Vehicle) 교육을 마친 뒤 시작됐다.
첫 탐험지를 고민하던 그에게 트레이너가 울릉도를 추천했다. 그렇게 찾은 울릉도에서 그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장면을 만났다.

죽도에서 관음도 방향으로 이동해 수심 45m까지 내려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해송(海松) 군락지’였다.
이은미는 당시를 떠올리며 "라이트를 비추는 순간 신비롭고 영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된 마을 입구를 지키는 커다란 느티나무나 은행나무처럼 대한민국 전체를 지키는 수호신 같았다"며 "전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이렇게 해송 군락이 장관을 이루는 바다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날의 강렬한 기억은 이은미가 해마다 울릉도를 찾게 된 이유가 됐다. 이제는 관음도와 죽도는 물론 쌍정초까지 울릉도 주요 다이빙 포인트를 두루 찾는다.
스쿠버다이빙은 가수 이은미의 음악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다이빙을 "음악만큼 내 삶에서 사랑하는 분야"라고 표현했다.
화려한 조명과 관객의 함성이 가득한 무대와 달리 바닷속에서는 자신의 호흡 소리만 남는다. 이은미는 그 시간을 '완벽한 고독'이라고 했다.
"바닷속에 들어가면 오직 내 호흡 소리만 들립니다. 물 위에 떠 있을 때는 우주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립감과 동시에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끼죠."
그에게 다이빙은 취미를 넘어 치열한 일상을 정리하고 다시 무대에 설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다.
그는 "바쁘고 치열했던 일상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데 다이빙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명예 홍보대사로서의 목표도 분명히 했다. 단순한 관광 홍보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바다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동해의 가치와 보존 필요성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이은미는 "학자들의 연구와 학술 심포지엄도 중요하지만 직접 바다에 들어가 자연을 체감하는 경험이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북 동해안의 수중 관광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동해 바다는 제주나 해외 유명 다이빙 포인트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전 세계 다이버들의 꿈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인연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동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은미는 예비 다이버들에게 울릉 바다로의 초대장을 건넸다.
"작은 용기를 내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해 보세요. 울릉도 바닷속에서 저를 만나는 특별한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무대에서는 맨발로 관객과 만나고, 바다에서는 오리발을 신고 자연과 만나는 가수 이은미. 그가 사랑에 빠진 울릉도의 깊고 푸른 바다가 이제 그의 목소리를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대구=이수현 기자(lljjww222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