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구 가열화가 1.5°C에 도달하면 전 세계 노년층의 22%(2억9000만명)가 매년 최소 한 달 동안 위험한 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전 세계는 2015년 파리에서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동선언을 한 바 있다.
이 공동선언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선언만 있었고 탄소 감축은 더뎠다. 온실가스 감축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구 기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30년 이전에 ‘1.5도 방어선’이 무너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노년층은 기존 추정치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심각한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랜싯 플래닛 헬스’에 18일 발표됐다.

이전 연구에서는 온도와 습도가 인체에 부담을 주는 시점을 추정하기 위해 건강한 젊은 성인의 측정값에 크게 의존해왔다. 노인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땀을 덜 흘리고, 혈관 반응 속도가 느리다. 심장이 더위에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기존 연구들이 극심한 더위로 인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수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등 연구팀은 나이에 따른 열 내성 차이를 고려했다.
기존에 발표된 실험 데이터를 활용해 젊은 성인(15~39세), 중년 성인(40~59세), 노년 성인(60세 이상)의 세 나이 그룹별로 열 내성을 측정했다. 그룹별로 열이 위험해지는 시점과 그 영향을 받는 인구수를 지도화했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걸쳐 고해상도 열 스트레스 지표와 인구 예측치를 결합했다.
그 결과 고령층은 다른 연령대보다 열 스트레스 한계를 훨씬 자주, 더 넓은 지역에서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구 가열화가 1.5°C에 도달하면 전 세계 노년층의 22%(2억9000만명)가 매년 최소 한 달 동안 위험한 열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젊은 성인이 지구 가열화 4°C에 도달해야 겪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령별 기준을 적용하자 연 180시간 이상 극한 열에 노출되는 인구수가 전 세계적으로 기존 추정의 2배 이상 늘었다. 지역적으로는 남아시아와 페르시아만이 핫스팟으로 나타났다.
이종원 계명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같은 날씨라도 나이가 들면 몸이 열을 내보내지 못해 체온이 계속 올라간다는 뜻”이라며 “우리나라는 올해 열대야 일수가 역대 가장 많았는데 전국 무더위쉼터 9만3000여 곳 가운데 폭염특보 때 밤까지 문을 여는 곳은 약 1만3000곳으로 일곱 곳 중 한 곳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폭염이 더 강해지는 만큼 논의해야 할 것은 쉼터를 몇 개 더 지정하느냐보다 밤에 문을 여는 쉼터를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가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한계도 지목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중위도 거주자이며 실내에서 최소한의 활동만 한다고 가정했다는 것이다. 기후모델 격자가 커서 도시 열섬 효과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며 “고령 농업인의 야외작업, 열대야 야간 노출까지 고려한 연령 특이적 폭염 대응 기준 마련과 취약 노인의 냉방 접근성 보장이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