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B] '반도체과' 만든 지 4년도 안돼…산업부 '반도체국' 키운다

[사이드B] '반도체과' 만든 지 4년도 안돼…산업부 '반도체국' 키운다

2022년 말 반도체 전담과 독립…3년8개월 만에 국장급 확대 추진
반도체정책·첨단반도체·소부장 등 3개 과 체제 유력
특별법 시행에 클러스터·팹리스·공급망까지 정책 업무 급증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산업통상부에는 자동차과, 조선해양플랜트과, 철강세라믹과처럼 주요 산업을 전담하는 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산업인 반도체 역시 '반도체과'가 정책을 맡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반도체과가 독립한 지 4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몸집을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사진= 연합뉴스]

지금의 반도체과가 만들어진 것은 2022년 12월입니다.

14일 아이뉴스24 취재에 따르면 산업부는 행정안전부(행안부)와 반도체 조직을 국장급인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지원단 아래 반도체정책과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를 담당하는 첨단반도체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맡는 반도체소부장과 등 3개 과를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아직 행안부와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조직 명칭과 세부 업무는 최종 조율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하고요.

당시 산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과'에서 디스플레이 업무를 분리하고 반도체만 전담하는 '반도체과'를 만들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이 커지자 별도의 전담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2022년 12월 29일 개편된 직제가 시행됐습니다.

산업통상부 정문 전경. [사진=산업통상부]

이번 조직개편이 확정되면 약 3년8개월 만에 '과'에서 국장급 조직으로 다시 확대되는 셈입니다.

아이뉴스24는 지난 4월부터 산업부의 반도체 조직 확대 움직임을 취재해왔습니다. 당시에는 조직을 키워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는 단계였지만 약 5개월이 지나면서 국장급 지원단과 3개 과라는 구체적인 윤곽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 11일 시행된 반도체특별법에도 산업부에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을 두도록 명시됐습니다. 조직을 확대할 법적 근거도 마련됐습니다.

산업부 조직을 살펴보면 이번 변화가 흔한 일은 아닙니다.

2026년 현재 산업 이름을 직접 내건 과급 조직으로는 반도체과를 비롯해 자동차과, 조선해양플랜트과, 철강세라믹과, 배터리전기전자과, 섬유탄소나노과 등이 있습니다. 인공지능기계로봇과와 인공지능바이오융합산업과도 주요 업종을 전담합니다. 대부분 여러 산업을 하나의 과에서 함께 맡습니다.

특정 산업을 국 단위로 운영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부는 2021년 에너지 제2차관 신설 당시 기존 '원전산업정책관'을 '원전산업정책국'으로 확대·개편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함께 대표적인 제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조선·철강·배터리 등이 여전히 과급 조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반도체 조직의 국장급 확대는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이유는 산업부가 챙겨야 할 반도체 업무가 빠르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장 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용인에서는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들여 6기 팹(공장)을, SK하이닉스가 600조원을 투입해 4기 팹을 짓고 있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여기에 정부가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등을 활용한 약 800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하면서 대형 반도체 투자 계획은 더 커졌습니다.

팹 하나를 짓는 데도 정부가 풀어야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부지를 마련하고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공급해야 합니다. 도로 등 기반시설도 필요합니다.

팹 주변 생태계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용인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는 50여개 소부장 기업이 들어설 예정이고, 협력화단지에는 원익IPS·솔브레인·주성엔지니어링 등 31개사가 입주를 확정했습니다.

반도체 정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만 챙기는 일도 아닙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을 키우는 일도 중요해졌습니다. 성남 판교에서는 리벨리온·퓨리오사AI·딥엑스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산업부가 현재 검토 중인 조직도 이런 산업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전체 정책을 담당하는 반도체정책과, 시스템반도체를 맡는 첨단반도체과, 공급망과 생태계를 챙길 반도체소부장과로 역할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빠른 성장도 정부의 고민거리입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중국 반도체의 기술과 투자 속도를 직접 확인한 뒤 상당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 속도를 두고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호황기에 벌어들인 돈을 설비와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2022년 말 산업부가 반도체를 디스플레이에서 떼어내 별도의 과를 만들 때만 해도 상당한 변화였습니다. 불과 4년도 지나지 않아 이제는 하나의 과로는 부족해 산하에 3개 과를 둔 국장급 조직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산업부 조직의 변화를 따라가 보면 지난 몇 년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덩치가 얼마나 빠르게 커졌는지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