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치킨게임' 시작했나…적자 감수하고 점유율 확대

삼성전자, 스마트폰 '치킨게임' 시작했나…적자 감수하고 점유율 확대

모바일 메모리값 3배 급등…2분기 MX·네트워크 7000억 적자
중국폰 가격 인상·생산 축소…삼성·애플 중심 시장 재편 가능성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오히려 판매를 늘려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14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2.0%로 지난해 19.2%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 역시 부품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신작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갤럭시 워치 울트라2·워치9'.[사진=삼성전자]

반면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상황은 더 어렵다.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은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틈을 활용해 북미와 중남미,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경쟁을 스마트폰 시장의 '치킨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애플처럼 자금력과 공급망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원가 상승을 버티며 시장을 넓힐 수 있지만, 가격 경쟁을 앞세워온 업체들은 갈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 가격 상승기가 지나면 삼성전자와 애플, 일부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갤럭시 워치 울트라2·워치9' 국내 공식 출시를 기념해 워치 신제품을 착용한 모델들.[사진=삼성전자]

MX사업부, 2Q에만 7000억 적자에도 점유율 확대

문제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연간 평균보다 211% 급등했다. 세 배 이상으로 오른 셈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솔루션은 6%, 카메라 모듈은 5% 올랐다.

원가 상승은 실적에도 직격탄이 됐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1분기 2조원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에는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일부 시장에서 수익성보다 점유율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사측이 디바이스경험(DX)부문 노동조합과 가진 회의에서도 이런 전략이 언급됐다. 사측은 플래그십 제품에서는 이익을 내고 있지만 일부 보급형 제품은 특정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은 한번 고객을 확보하면 스마트워치와 태블릿 등 같은 생태계 제품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제품에서 단기적인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고객 기반을 넓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026'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부스를 찾은 참가자들이 갤럭시S26 울트라를 체험 하고 있다. 2026.03.02 [사진=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중국폰은 가격 올리고 생산 줄여

삼성전자만 원가 상승을 겪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은 중국 업체들의 부담이 더 크다.

올해 들어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응해 스마트폰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일부 업체는 저가형 제품 생산을 줄이거나 제품 구성을 조정하고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다. 샤오미는 21.7%, 비보는 11.4%, 오포는 9.7%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과 저가형 생산 축소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이런 상황이 스마트폰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이 전년보다 16.2% 감소한 10억51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규모의 경제와 자금력,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 결정력을 갖춘 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3.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공급망과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갖춘 반면 중저가 제품 의존도가 높은 업체일수록 메모리 가격 상승의 충격이 클 것"으로 분석하며, "부품 가격 고공행진이 길어질수록 업체 간 버티기 싸움도 거세질 전망"이라고 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