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내걸고 추진하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자칫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지역 거점국립대끼리 새로운 서열을 만드는 ‘대학 줄 세우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이인선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수성구을)은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9개 지역거점국립대 가운데 올해 3개 대학을 우선 선정해 집중 지원하려는 방식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의 문제 제기는 정책 자체보다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집중됐다.
지역 대학을 살리겠다면서 일부 대학부터 골라 지원한다면 선정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사이에 또 다른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목적이 거점국립대학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지역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지역소멸을 막겠다는 것인지”라고 정책 목표부터 따져 물었다.
최 장관이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답하자 이 의원은 정책 목표와 현재 추진 방식 사이의 모순을 파고들었다.
이 의원은 “목표를 많이 잡는 건 좋은데 현재의 지원 방식은 ‘지역균형발전’과 ‘대학 간 경쟁’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지역균형을 명분으로 출발한 정책이 정작 지역 대학을 다시 경쟁시키고, 그 결과에 따라 격차를 벌리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안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역 거점국립대 9개 대학이 계획서를 내면 교육부가 평가해서 4~5개는 500억원을 주고 나머지는 200억원을 주든 제출한 계획서를 보고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3곳을 먼저 뽑아 ‘선정 대학’과 ‘비선정 대학’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9개 거점국립대 모두를 국가 육성정책의 틀 안에 넣고 대학별 특성과 발전계획, 역량에 따라 지원 규모를 차등화하자는 제안이다.
교육정책이 예산 논리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앞으로 기획예산처가 예산을 못 주겠다고 하면 교육정책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 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학 육성과 선정 방향은 교육부가 국가 고등교육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예산 당국은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단절 가능성을 짚었다.
올해 3곳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경우 현 정부 임기 안에 모든 거점국립대에 대한 육성 체계가 완성되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 이후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경우 후순위 대학들이 사실상 정책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교육부라면 최소한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에 9개 대학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만일 정권이 바뀌어 정책이 틀어지면 끝내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그만큼 뒤처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역 설정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렸다.
이 의원은 지난 30년 동안 지역균형발전 정책 과정에서 축적돼 온 권역 구분 기준과 지역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권역을 설정할 경우 대학 간 격차뿐 아니라 지역 간 갈등까지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의원이 요구한 것은 ‘3개 대학 선발’이 아닌 ‘9개 대학 동시 육성’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이름에 걸맞으려면 일부 대학을 먼저 선택해 경쟁시키는 단기 사업이 아니라 9개 거점국립대를 국가 고등교육의 핵심 축으로 함께 끌어올리는 중장기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인선 의원은 “3개 대학을 먼저 선정해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9개 거점국립대가 함께 출발하고 대학별 특성과 역량에 따라 차등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중장기 육성계획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